걸프국들 트럼프에 ‘부글부글’…중동사업 차질 빚나

걸프국들 트럼프에 ‘부글부글’…중동사업 차질 빚나

입력 2015-12-10 15:27
수정 2015-12-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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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조짐…트럼프 “무슬림 친구들이 고맙다고 하던데”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이 대부분인 중동에서 사업 차질의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 재벌’로 널리 알려진 트럼프는 미국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도 건물 임대업과 부동산 개발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랜드마크그룹은 트럼프가 이런 말을 한 지 몇 시간 만에 매장에서 트럼프의 상표가 붙은 상품을 모두 뺐다.

트럼프는 UAE, 터키 등 무슬림 국가에서 건축업이나 건물 임대업을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이름을 붙인 장신구, 생활필수품, 가구 등도 팔고 있다.

중동에서 트럼프의 브랜드는 미국의 번영과 사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 뒤엔 그런 인식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터키 이스탄불의 주상복합 건물인 ‘트럼프 타워스’에 거주하는 멜레크 토프라크(38)는 “그런 부도덕한 인간과 관련이 있는 건물에 사는 게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반감이 중동의 대형 사업가들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UAE의 한 대기업 총수인 칼리파 알-하브투르는 “트럼프가 전 세계 18억 무슬림을 모독했다”며 “존중받을 무슬림이라면 협력을 거부할 것이기에 트럼프는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중동에서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반감에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슬림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은 내가 들고일어나 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며 “이번 사안은 다른 사람은 겁이 나서 꺼낼 수 없는 주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촉구한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는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될 일시적 조치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자극적 발언 때문에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상, 강간범 등 범죄자로 매도했다가 여러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프로골프투어(PGA)의 반발로 로스앤젤레스의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가 취소됐다.

NBC방송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예인 견습생’(The Celebrity Apprentice)의 진행자도 그만둬야 했다.

미인대회 ‘미스 USA’도 동업하던 NBC가 방송을 거부해 조직위원회를 다른 업체에 매각했다.

사업에서는 이런 차질을 빚었으나 경선후보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계속 치솟아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독주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사업가 중에는 트럼프에게 반감을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카타르 항공의 최고경영자 아크바르 알-바케르는 “트럼프가 내 오랜 친구라서 아는데 이번 발언은 극단적인 사람들을 자극해 표를 모으려고 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중동에서 트럼프와의 사업 협력을 청산하겠다고 밝힌 곳은 랜드마크그룹이 유일하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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