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마구 쏴…시신 쌓여서 못 빠져나올 정도”
파리 연쇄테러 ⓒ AFPBBNews=News1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최악의 동시다발 총격·폭발 테러 현장의 목격자들은 총격범들이 소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순식간에 희생자가 늘었다고 악몽같은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1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파리 11구의 공연장 바타클랑 극장 안에 있던 쥘리엥 피에르스는 영국 BBC방송에 “무장괴한 2∼3명이 공연장에 들어와서 AK소총처럼 보이는 것을 갖고 관중을 향해 무차별 난사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총격범들은 공연장 뒤쪽으로 매우 조용히 들어왔으며, 모두 검은색 옷차림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매우 어려서 많아봤자 25살로 보였다.
피에르스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모두 바닥에 누워서 머리를 감싸고 있었지만, 총격범들은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고 바닥의 사람들을 쐈다. 총격은 10∼15분간 계속됐다. 너무나 잔혹했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
총격범들은 3∼4차례 재장전을 했으며, 재장전하는 틈에 피에르스는 무대 위로 뛰쳐 올라가 비상구를 통해 빠져나왔다.
하지만 공연장 주변 길바닥에도 20∼25명가량이 쓰러진 가운데 다수가 숨졌거나 중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CNN방송과의 통화에서도 “친구들이 아직 공연장 안에 몸을 숨긴 채 있다. 이들과 문자메시지로 계속 연락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당시 이 극장에서 미국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 공연을 관람하던 다른 한 관중은 “총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뒷문 근처에 모자를 쓴 사람이 내 쪽으로 총을 쐈다”고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땅으로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내 옆의 남자는 죽은 것 같았다”며 “나는 뛰어서 무대 근처의 관중들과 함께 총격범 반대편의 비상구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근처 한 카페 안으로 뛰어들어가 숨었다. 카페 사람들에게 ‘전쟁이다. 바로 방금 총격이 있었다’고 말하니 그들도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역시 바타클랑에 있던 한 목격자는 “총격범들이 관중을 향해 반자동 무기를 마구 쐈다”며 “우리는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사방이 피에 뒤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총격이 발생한 파리 10구 캄보디아 식당에 있던 한 목격자는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젊은 남자가 소녀를 팔에 안고 옮겼는데 그 소녀는 죽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총격이 발생한 다른 한 술집에 있던 벤 그랜트라는 목격자는 “총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쓰러졌다. 우리는 테이블 밑으로 숨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앞에 시신 더미가 쌓여 있어서 술집 안에 갇혀 있었다”며 “숨진 사람이 많이 있었다. 너무나 끔찍했다”고 덧붙였다.
또 프랑스-독일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열린 파리 외곽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 있던 뱅상이라는 한 기자는 “전반전에 큰 폭발음이 두 차례, 더 작은 폭발음이 한 차례 들리고 하프타임 때 헬기 한 대가 경기장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속개됐지만, 이어 관중에게 남쪽, 북쪽, 서쪽 출구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파리 시내 여러 곳에서 최악의 동시 다발 총격·폭발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0명의 시민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