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선거결과 불복한 1990년 사태 재연 우려 사라져개헌·정권이양 논의할 내주 4자회동 앞두고 유리한 고지
미얀마 민주화의 기수인 아웅산 수치(70) 여사가 총선 승리 확정으로 정국 불확실성을 거의 걷어내고 군부 집권세력과의 정권 이양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그동안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일찌감치 예고됐음에도 더딘 개표 진행 탓에 과거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1990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지 않았다.
당 대변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선거관리위원회가 고의로 결과 발표를 지연하고 있다. 아마도 속임수를 쓰려고 하는 것 같다”라며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13일 NLD가 상·하원을 통틀어 348석을 확보했다고 선관위가 발표함으로써 이런 염려는 기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으로 집권 가능한 과반 의석(329석 이상)을 차지했다고 현 정부가 공식 인정한 셈이어서 NLD가 차기 대통령을 배출하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무리 없이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육군참모총장과 테인 세인 현 대통령이 잇따라 선거결과 승복과 정권 이양을 약속한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최종 개표결과가 나오는 다음 주 후반 흘라잉 참모총장, 세인 대통령, 슈웨 만 국회의장과 4자 회동을 하기로 한 수치 여사의 행보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전체 상·하원 의원의 25%, 내무·국방·국경경비 장관 임명권, 비상사태시 정권 인수 등 막강한 권력을 보장받은 군부 세력과의 쉽지 않은 권력 분점 협상을 앞두고 압도적인 국민 지지를 확인한 것이 수치 여사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어서다.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대통령 출마가 불가능한 수치 여사로서는 선거 압승을 토대로 개헌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 유력하다.
현행 헌법상 개헌을 하려면 의회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해 군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군부의 권력을 일정 부분 용인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대선 출마 제한을 풀고 군부의 과도한 권한 중 일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미얀마 개헌을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수치 여사가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우리는 버마(군사정권 집권 전 미얀마 국호)가 민주주의, 문민통치로 완전히 돌아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난 수 년간 이야기해왔다”며 미얀마 정권의 개헌 협력을 압박했다.
따라서 수치 여사가 국민의 압도적 지지와 미국과의 밀월이라는 안팎의 지원을 업고 1962년 군사 쿠데타 이후 53년 만의 완전한 민주화로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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