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새 휴대전화 3억대 판매…광군제 훙바오 신문화 등장
광적인 쇼핑 열기를 보였던 중국 ‘광군제’(光棍節) 할인행사가 막을 내렸다.이번 행사에서는 한국도 중국인들의 구매국 순위 3위에 오르는 호성적을 거뒀고 상인들이 살아있는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의 제단을 차려놓고 ‘대박’을 기원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소비자들이 11일 자정부터 밤 12시까지 24시간 동안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天猫·T몰)을 통해 912억 위안(16조4천980억원)의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60% 늘어난 거래액으로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두 행사 기간의 매출보다 4배나 많다.
◇ 한국 구매순위 3위…하룻새 휴대전화 3억1천만대 팔려나가
알리바바의 업체별 매출집계에선 화웨이(化爲) 스마트폰이 톱에 올랐고 유니클로, 샤오미(小米), 메이쭈(魅族) 순이었다.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 뉴밸런스, 남성의류 브랜드인 잭&존스도 20위권에 올랐다.
이중 화웨이는 스마트폰 융야오(榮耀)로 24시간동안 11억9천300만 위안의 거래액을 기록, 유일하게 10억 위안 매출을 넘기며 1위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샤오미는 하지만 쿠폰 발행을 통해 행사 끝나기 30분 전께 12억 위안을 돌파하며 화웨이에 역전했다고 주장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샤오미는 또 이날 하루동안 톈마오, 징둥(京東·JD)닷컴, 쑤닝(蘇寧) 3대 온·오프라인 몰을 통해 모두 12억5천400만 위안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많이 구매한 외국산 제품은 미국, 일본, 한국, 독일, 호주 순이었다고 알리바바 측은 밝혔다. 한국에서는 화장품과 패션의류를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렸고 미국은 견과류, 일본은 기저귀, 독일과 호주는 분유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의 취지에 맞게 ‘톈마오국제무역’을 통한 거래액은 행사 시작 1분45초 만에 지난해 광군제 행사 하루 거래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중 7억1천만건의 주문이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졌다. 초당 8만5천900개의 주문을 결제한 셈이다. 작년보다 2.23배 늘어난 수치로서 전자상거래의 급신장과 함께 핀테크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셈이다.
아울러 인터넷환경이 취약한 지역에 8천곳의 타이바오 서비스센터를 만들어 농민들도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알리바바는 강조했다.
◇ 라이벌 징둥도 호성적…내수소비 확대 기폭제
알리바바 라이벌인 징둥닷컴도 덩달아 호성적을 거뒀다. 징둥은 광군제 행사 시작 10시간만에 주문 1천만건을 넘어섰다. 작년보다 1.8배나 늘어난 거래량이었다.
징둥도 모바일을 통한 거래주문이 70%에 달했는데 이어폰, 시계, 원피스, 다운재킷 등이 많이 팔렸고 화웨이, 애플, 샤오미 등이 인기 브랜드였다.
하루 행사이기는 하지만 광군제 할인행사는 중국의 내수소비 확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쇼핑축제로 자리잡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전날 밝힌 중국의 10월 소매판매 증가세는 전년 동기 대비 11.0%였다. 시장 전망치이자 전달 증가치인 10.9% 증가를 웃돈 것으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였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롄핑(連平) 교통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매판매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온라인 쇼핑 고객의 층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도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50대와 60대도 구매행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번 새로운 구매 습관이 생기면 바꾸기가 어렵게 된다”며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 시장은 계속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이 된 마윈…‘대박’ 기원 제단도 등장
행사 전날인 10일 저녁 광저우 반위구의 전자상가 앞에는 상인들이 광군제 전야제를 열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류창둥(劉强東) 징둥 창업자을 위한 2개의 제단을 차려놓고 ‘대박’을 기원했다.
상인들은 ‘재고를 남기지 말아달라’, ‘환불, 반품이 없게 해달라’, ‘감점이 안되게 해달라’, ‘악평이 없게 해달라’ 등 기원문을 올려놓은 제단에 향을 피우고 두 ‘장사의 신’을 향해 절을 했다.
중국 전역이 들썩거린 이번 광군제는 여러 후일담을 남겼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판공실을 통해 알리바바와 징둥 등에 축하·격려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에서는 광군제 할인행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너스조로 ‘훙바오’(紅包·돈봉투)를 나눠주는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충칭의 한 IT회사 사장 리리는 직원들에게 1천100위안씩 나눠줬다며 “광군제 할인행사가 이제는 축제가 됐다. 직원들에게 훙바오를 나눠주지 않고서는 사무실을 떠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톈마오와 징둥 직원들도 이번 행사를 위해 철야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톈마오는 사무실에 간이침대와 텐트를 갖다놓고 마라톤 행사를 준비해왔다. 직원들의 긴장과 노고를 덜어주기 위해 안마사들이 대거 고용되기도 했다.
직원들을 위해 라면, 과일, 음료수 등을 비치한 징둥 역시 사무실 곳곳에 톈마오와의 경쟁심을 고취하는 포스터를 걸어놓고 하루 혈전을 벌였다.
이제 쇼핑 전쟁은 끝났다. 남은 것은 주문 고객들에게 배송해야 하는 일이다.
이날 하루 물류 배송 주문은 모두 4억6천70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광군제 행사 2억7천800만 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물량이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직원들 사이에선 그래서 광군제 근무가 “‘11’도 더블, 일도 더블”이라는 말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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