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아일랜드발 동성결혼 후폭풍…찬반세력 일전 채비

호주, 아일랜드발 동성결혼 후폭풍…찬반세력 일전 채비

입력 2015-06-09 10:56
수정 2015-06-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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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벗 총리 지지 선회 가능성에 보수세력 강력 반발

호주 시드니에서는 세계 최대 동성애자 잔치인 ‘마디그라 축제’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가운데 해마다 열린다.

약 40년 전인 1978년부터 열리고 있는 이 축제는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를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세계 10대 축제로 꼽힐 정도가 됐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동성애 축제가 시민들의 관심 속에 이처럼 성대하게 열리는 것과 달리 호주는 영어권 선진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동성결혼 허용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호주 상원과 하원은 2012년 동성결혼 허용 법안에 대해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시켰다. 이듬해에는 수도 캔버라를 포함한 수도준주(ACT) 의회가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결혼 허용을 결정했지만 연방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 무효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의 동성결혼 합법화 바람을 타고 제1야당인 노동당이 동성결혼 인정 법안을 제출하면서 정치권 등 호주 사회가 강한 후폭풍에 휘말렸다.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지난 1일 법안을 제출하면서 “우리의 법은 위대하고 관대한 국가, 그리고 자유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단체나 개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토니 애벗 총리의 여동생으로 레즈비언인 크리스틴 포스터가 최전선에 나서면서 동성결혼 찬성 열기를 달구고 있다.

포스터는 공영방송에 출연해서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연말까지 이뤄질 것”이라며 애벗 총리도 합법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벗 총리도 쇼튼 대표의 법안 제출 당시에는 경제와 안보문제에 집중하겠다며 부정적이었지만 이후 당론보다는 개별 의원들의 의사에 맡기는 자유투표가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는 등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애벗 총리는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를 다닌 적이 있고 동성결혼에도 강하게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로 알려졌다.

이렇게 동성결혼 합법화가 “결국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보수당 정부 내 동성결혼 반대 의원들도 세를 모으며 제동에 나섰다. 특히 일부 의원은 애벗 총리에게 심각한 당내 분열을 경고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9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자유투표를 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의원들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말콤 턴불 현 통신장관이 2009년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경험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애벗 총리에게 으름장을 놨다.

턴불 장관은 당시 집권당인 노동당이 주도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에 찬성 뜻을 밝히면서 역풍을 맞아 애벗에 패했다.

특히 이들 의원은 포스터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연방 각료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히고 고위관리가 공개적으로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을 예로 들며 애벗 총리가 사실상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의심,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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