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또 진솔한 과거사 대응…이번엔 소련 전쟁포로 피해보상

독일 또 진솔한 과거사 대응…이번엔 소련 전쟁포로 피해보상

입력 2015-05-21 08:55
수정 2015-05-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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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수 적지만 상징성 커…러와 대립 속 ‘할 일은 한다’

독일은 나치 정권이 일으킨 2차 대전 기간 소련 전쟁포로 생존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기로 했다.

독일 대연정 주도의 연방의회 예산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올해 예산집행 계획을 조정하면서 1천만 유로(122억 원)를 보상액으로 책정했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을 비롯한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독일과 러시아 정부는 전쟁포로 생존자 수를 4천 명 정도로 추산하는 만큼 한 사람에 2천500 유로가 보상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상금 규모는 작지만, 이번 조치는 상징성이 큰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로서는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나치 만행의 과거사를 다시 한번 직시하고 사과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또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독 대립과 구분 지어 할 일을 한다는 결의라는 점에서다.

독일 연방의회는 21일 표결을 거쳐 예산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들은 예상했다.

대연정 소수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부 장관은 “훌륭한 단안”이라고 크게 환영했고, 좌파 야당인 녹색당 의원들도 “늦었지만, 독일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인정 행위”라고 높게 평가했다.

나치의 소련 침략이 시작된 1941년부터 전쟁이 끝난 1945년까지 나치 정권에 붙잡힌 소련 전쟁포로는 많게는 600만 명을 헤아렸다. 이 중 기아, 질병, 추위로 전쟁 초반에만 200만 명 이상이 숨지는 등 전체의 57∼60%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지난 6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홀테-슈투켄브로크 지역에 있는 옛 포로수용소를 찾아가 한 연설에서 소련 포로 전체 수치를 530만 명으로 전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326 수용소로 불리는 이곳은 소련 전쟁포로 30만 명이 거쳐 갔고, 그 중 6만 5천 명이 사망한 장소이다.

가우크 대통령은 당일,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문제로 인해 이런 일을 포함한 나치의 다른 전쟁범죄들이 가려 있지만 독일인들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지난 10일 러시아를 찾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하고, 사흘 앞선 7일에는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2차 대전 최대 격전지였던 남부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의 국군묘지를 참배했다.

독일은 1953년 전후 처리의 방향을 결정한 런던채무협정에 따라 국가배상(보상) 문제를 유보했지만, 이후 피해 당사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과 자국내 진보세력의 역사청산 저항에 직면하면서 점진적으로 보상 행위를 확대해 왔다.

1950년대에는 나치 피해자 연방 보상법을 통해 자국 거주자 위주의 속지주의에 근거해 개인 보상을 실시했고,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유대인을 지원하는 법률 등으로 홀로코스트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이행했다.

1959∼1964년에는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스,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국, 스웨덴 등 서구 피해국과 개별 협정을 맺어 보상하고, 1990년 통일 이후에는 폴란드 등 동유럽 나치 피해자 대상의 화해기금을 만들어 보상을 이어갔다.

독일은 특히 2000년 정부와 당시 강제노동 관련 기업들이 함께 100억 마르크(6조원) 재원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만들어 여러 국가의 징용 피해자들에게 개인 보상을 실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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