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검찰 “’도청스캔들’ 메르켈 총리 역할 조사중”

독일검찰 “’도청스캔들’ 메르켈 총리 역할 조사중”

입력 2015-05-07 09:40
수정 2015-05-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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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둘러싸고 대연정 갈등…이면엔 메르켈 견제도

독일 검찰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도청 스캔들’과 관련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역할을 조사 중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랄트 랑에 연방검찰총장은 이날 “연방정보국(BND) 해외정보 파트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에어버스와 프랑스 정부 등 유럽 기관에 대한 사찰을 도왔다는 의혹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의 역할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랑에 검사는 비공개로 열린 연방의회 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조사 중인 정보에는 아주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도청 스캔들’로 독일 대연정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메르켈 총리는 미국 요청에 의한 부적절한 도청 행위는 없었다며 버티지만,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정말 없었던 것이냐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긴장이 도는 가운데 연방의회 내 NSA 사건 관련 조사위는 이날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과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을 불러 증언을 들었다. 이들이 도청 스캔들의 진앙인 BND 관할 보고라인인 전·현직 총리실장이기 때문이다.

2005∼2009년 총리실장을 지낸 데메지에르 장관은 증언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2008년 미국이 독일에 검색어를 주면서 경제 스파이 행위를 대신 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슈피겔 온라인은 BND가 NSA로부터 유럽 주요 군수산업체 인터넷 IP 주소 등을 넘겨받아 대신 사찰했다며 작년 에어버스로 이름을 바꾼 EADS와 유로콥터, 프랑스 정부기관들을 대상으로 적시했다.

덧붙여 데메지에르 장관이 총리실장으로 재임하던 2008년 이런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받고도 대응 조처를 하지 않은데다 의회에도 해당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바로 이 의혹을 다시 한 번 일축하고 나서, 오히려 2008년 미국 쪽에서 정보협력 확대를 요청해 왔지만 문제가 있다며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를 거듭 밝히며 필요하다면 의회 조사위에 참석해 증언하겠다고까지 약속했다.

그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브레멘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역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협의를 거쳐 공개가 가능한 정보는 공개할 수도 있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대연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불안한 시선을 거둬줄 것을 당부했다.

불안감은 가브리엘 부총리가 지난 4일 개인적으로 두 차례 메르켈 총리에게 BND의 경제 스파이 행위 진상을 물어봤지만, 메르켈 총리가 모두 부인했다고 답변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총리와의 개별 문답을 이례적으로 노출한 것은 스캔들과 거리를 둔 채 자신과 SPD는 메르켈과 CDU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었지만, 메르켈과 CDU 쪽에 불쾌감을 안겼음은 당연하다.

독일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가브리엘 부총리의 ‘대권 플랜’이 가동된 것이라고 진단하거나 대연정의 결속이 크게 훼손된 것처럼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브리엘 부총리 역시 대연정 가동에 문제가 없다며 과도한 해석에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SPD의 다른 일부 의원들과 좌파당, 녹색당 등 야당 세력은 진상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다며 메르켈 총리와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SPD나 야당의 공격 이면에는 흔들리지 않는 메르켈 총리의 인기와 이에 기반을 둔 CDU의 정당지지도가 자리한다. CDU는 이런저런 여론조사에서 항상 42% 안팎의 지지를 받는 반면 SPD는 24% 전후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런 지지도 행진이 이어진다면 오는 2017년 총선 때에도 가브리엘 부총리의 ‘대망’은 허망한 꿈에 그칠 공산이 크고, 10% 이하 지지도의 다른 야당들은 더 말 할 것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대중지 빌트가 최근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여론 정치’를 한다는 메르켈 총리로선 이번 사안에 대한 적절한 추가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이번 스캔들이 메르켈 총리의 신뢰도를 훼손할 것으로 예상했고, 42%는 게르하르트 신들러 BND 국장의 사퇴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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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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