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2번 견딘 네팔 노인들…”악몽 또 겪을 줄이야”

대지진 2번 견딘 네팔 노인들…”악몽 또 겪을 줄이야”

입력 2015-05-04 16:21
수정 2015-05-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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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LA타임스 등 노인 생존자 인터뷰

지난달 25일 네팔 전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많은 네팔 사람들에게 평생 가장 큰 재앙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네팔의 80대 이상 노인들에게 이번 지진은 1934년 겪은 대지진 악몽의 끔찍한 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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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없는 노인
갈곳 없는 노인 지난달 25일 네팔 북서부 지방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지진은 4일 오전(현지시간) 현재까지 7천여명의 사망자와 수만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간혹 들려오는 기적의 생환 소식을 제외하면 이 참혹한 재난 현장 속에 반가운 뉴스는 사실상 없다. 모든 것이 참담하고 안타깝다. 비극에서 살아남은 자들 조차 많은 것을 잃었다. 가족과 이웃을 잃고 정든 터전을 빼앗겼다. 구호품을 받아 끼니를 겨우 해결하지만, 밤이 되면 갈 곳이 없어 언제 무너질 지 모를 정도로 갈라지고 기울어진 집 안에서 불편한 잠을 청한다. 카트만두 내 최대 지진 피해지인 박타푸르에 살던 툴시 박타 앗싸리에(76)씨가 3일 오후 커다란 균열이 생겨 곧 무너질 듯한 집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한참을 앉아 생각을 정리한 뒤 필요한 물건들을 자루에 담아 어디론가 떠나갔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번까지 2번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90세 노인 파타 바하두르 라나를 인터뷰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에서 멀지 않은 포카리단다 마을의 최고령 노인인 라나는 1934년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겨우 9살이었다.

”들에서 염소들을 보고 있는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웠죠. 모두가 비명을 질러댔어요. 하늘에서 비행기가 떨어졌는 줄 알았습니다.”

당시 지진은 그가 살던 곳에서 200㎞ 떨어진 곳에 발생한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겁에 질린 것 외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얼마 후 네팔 전역에서 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지진은 훨씬 더 가까이서 겪었지만 예전의 경험 덕분에 지진의 위력을 알았던 그는 진동을 느끼자 재빨리 그가 손수 지은 돌집에서 빠져나왔다.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죠.”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집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잃었다. 연금 수령을 위한 신분증을 포함한 박스 1개 분량의 물건만 겨우 건졌다. 마을 사람들이 얼기설기 지은 임시보호소에서 82세 아내와 함께 구호물품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다”며 “그렇지만 죽는 날까지는 어디서든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도 두 번의 지진을 모두 겪은 노인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카트만두의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는 딜 바하두르 라나바트(95)는 “이번 지진이 1934년 지진보다 세지는 않지만 내가 겪은 피해는 2배쯤 크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집도 더 작았고 사람들도 적었던 탓에 가축들이 죽어나간 것 외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무너진 건물들이 다시 수리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근처에 사는 하르카 마야 카팔리(93)도 당시 55개의 창 궁전과 바트살라 사원 등이 지진으로 망가졌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카팔리는 “잊을 수 없는 1934년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우리를 망가뜨릴 줄은 정말 몰랐다”며 “우리 집은 폐허가 됐고, 앞날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험난할 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네팔의 평균 기대수명은 68세이며, 1925년 무렵에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2번의 지진을 모두 겪은 네팔 노인의 수는 많지 않다.

지난 2일 지진 일주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101세 노인 푼추 타망 역시 두 번의 대지진을 모두 견뎌낸 사람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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