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식량 부족에 항의시위·충돌 잇따라…유엔 4천400억 모금 나서
네팔 대지진 후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구호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일부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구호물자도 얻지 못해 격분한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관공서에 불을 지르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29일(현지시간) 네팔 현지 언론 칸티푸르에 따르면 카트만두 동쪽의 돌라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관공서를 찾았다가 구호품을 받지 못하자 관공서 창문을 부수고 집기에 불을 붙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텐트도 없이 노숙생활을 하면서 음식과 식수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들이 주민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성토했다.
카트만두의 버스터미널에는 시골 마을로 가는 특별 차편을 배치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수천 명이 모였다가 배차가 이뤄지지 않자 분노한 일부 주민이 격렬하게 항의하다 시위 진압 경찰과 충돌했다.
주민 라자나는 “추위에 떨며 굶고 있는데 정부는 우리를 줄만 서게 한다”며 “정부는 왜 이렇게 느린가. 정부는 어디에도 없다”고 성토했다.
카트만두에는 물과 식량이 떨어져 가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BBC방송은 식수와 음식을 얻으려고 길게 줄을 선 주민들의 지친 모습을 전했다.
구호작업이 카트만두를 넘어 확대되고는 있지만 진앙지와 가까운 산간지역에서는 여전히 임시거처와 음식, 식수 등이 확보되지 않아 주민의 분노를 키웠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상아촉 마을에서는 주민 수십 명이 타이어를 가져가 도로를 점거한 뒤 식품 등 구호물자를 싣고 가던 화물차 5대를 막아서며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주민 우다브 기리는 “정부에서 식량을 주지 않는다”면서 “쌀을 실은 트럭은 (우리 마을을) 지나쳐갈 뿐 멈추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팔 정부도 구호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미렌드라 니잘 네팔 정보장관은 현지 TV에 나와 “구호 과정에 취약점이 있다”면서 “전례 없는 대형 재난이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사태가 덮친 히말라야 인근 지역에서는 누가 먼저 구조되느냐를 두고 외국인 여행객과 현지 주민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이스라엘 트레커 구조를 위해 랑탕 계곡에 헬리콥터가 도착하자 주민들이 먼저 타겠다고 요구하며 구조팀을 위협했으며 주민 1명이 헬기 날개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일부 산간오지 마을에는 인도군 구조대 헬기가 외국인 등 여행객을 먼저 구조해 현지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까지 지진에 따른 사망자는 5천489명, 부상자도 1만1천440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카트만두 동쪽 바크타푸르에서는 생후 4개월 된 남아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다가 2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CNN과 카트만두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방글라데시인 라이사 타시노바(25)씨와 친구들은 카트만두 동쪽의 중국 국경지대의 휴양지에서 산행을 하던 중 지진을 만났다.
무너져내리는 돌무더기를 간신히 피한 이들은 사흘간 구조대를 기다리다 나흘째에서야 막힌 도로를 뚫고 6시간여를 걸어나온 끝에 간신히 카트만두로 향하는 버스를 얻어탈 수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이밖에 카트만두에서 티베트로 이동하던 18명의 다국적 여행팀은 지진으로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됐다가 일행 가운데 미국인 한명이 휴대전화로 간신히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딸과 간신히 통화에 성공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
한편 유엔은 네팔을 지원하기 위한 4억1천500만 달러(4천440억원) 규모의 기금 마련에 나섰다.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주택 7만 채가 무너지고 53만 채가 파손됐으며 약 800만 명이 피해를 봤다면서 지원 동참을 호소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긴급히 지원을 받아야 할 네팔 어린이가 170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