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벵가지사건 직후 여론동향에 촉각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재직 중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클린턴 전 장관의 핵심 참모들도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클린턴 전 장관의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벵가지사건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개인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클린턴 전 장관 재임 시절 발생한 벵가지 사건은 9·11 테러 11주년인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무장반군이 벵가지 미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으로,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외교실패 사례라고 주장하며 ‘힐러리 때리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벵가지사건 직후 클린턴 전 장관은 그의 최측근이자 외교정책 참모인 제이크 설리반 등의 개인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내 여론 동향을 파악했고, 참모들 역시 자신들의 개인 이메일로 상황을 보고했다.
이는 미 하원 벵가지특위가 현재 검토 중인 벵가지사건 관련 300개의 이메일 분석 결과 드러났다.
벵가지특위는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과 관련, 이미 미 국무부에 설리반을 비롯해 클린턴 전 장관 재직 시절 그의 휘하에서 일했던 직원 10여 명의 개인 이메일도 제출하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벵가지사건 관련 이메일을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이 초기 여론동향에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웠는지가 잘 나와 있다.
벵가지사건 직후 한 달 만에 열린 미 하원 청문회에 클린턴 전 장관 대신 국무부의 다른 고위 관리가 출석했는데 클린턴 전 장관은 이후 한 참모에게 이메일을 보내 “청문회에서 잘 살아남았느냐”고 물었고 이에 그 참모는 “예, 잘 살아남았다”고 답하면서 앞으로 계속 여론동향을 집중적으로 모니터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설리반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가 벵가지사건 초기에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처럼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사건의 결과로 규정짓지 않은 데 대해 안도감을 표시한 것으로 돼 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벵가지사건 발생 닷새째인 9월16일 ABC 방송 등에 출연해 조직적 테러보다는 무슬림 모독 인터넷 동영상에서 비롯된 우발적 충돌의 결과라는 정부 입장을 앞장서 설명했다가 공화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설리반은 당시 이메일에서 “라이스 보좌관이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설리반은 이로부터 2주 후 정부가 사건의 성격을 조직적 테러로 규정지은 이후 보낸 이메일에서는 “장관님은 공개적으로 ‘즉흥적인’(spontaneous)이란 말을 하지도 않았고 애초 사건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규정짓지도 않았다”고 말해 초기의 ‘침묵’ 덕분에 비판을 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메일에 대한 클린턴 전 장관의 반응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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