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잇단 문화유산 파괴…존재감 과시하며 자금 마련

IS, 잇단 문화유산 파괴…존재감 과시하며 자금 마련

입력 2015-03-08 10:20
수정 2015-03-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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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대대적인 고대 유적 파괴로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주요 문화재의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IS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표면적 이유는 존재감 과시와 이슬람 극단주의 선전을 들 수 있지만, 이면에는 유물 밀거래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IS가 노린 고대 유적지 면면은 = IS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인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IS가 파괴하는 유적은 대부분 고대 문명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금전적 가치를 따지기조차 어려운 소중한 유적이다. 대부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거나 잠정적인 등재 대상에 올랐던 곳들이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IS의 공격을 받은 하트라는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거대한 요새 도시이자 최초의 아랍 왕국 수도였으며, 동양과 서양 건축 양식의 독특한 조화 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아르사케스 제국으로도 불리는 파르티아 제국은 고대 이란(페르시아)의 전신으로, 기원전 247년부터 기원후 224년까지 유지됐으며 전성기에는 현재의 터키 중동부 지역인 유프라테스강 북부 유역까지 확장했다.

이 지역은 로마 제국과 한나라를 잇는 실크로드 위에 있어 교역과 상업의 중심지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5일 파괴된 이라크 북부의 님루드는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두 번째 수도로, 기원전 13세기 티그리스강 인근에 세워졌다. 3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님루드의 왕조 무덤에서 1980년대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은 고고학계에서 기념비적 사건으로 꼽힌다.

아시리아 제국은 기원전 2천500년부터 기원전 605년까지 약 1천900년에 걸쳐 세력을 떨쳤다. 특히 기원전 911년부터 300여년간 국력이 절정에 달해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엘람, 우라르투, 아르메니아, 메디아, 페르시아 등에 걸친 방대한 영토를 정복했다.

IS는 지난달 이라크 모술 박물관의 석상과 조각품도 파괴했다. 당시 이곳에는 하트라와 님루드에서 발굴된 유적들도 전시돼 있었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모술 박물관의 유물 90여점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전했다.

같은 달 모술 도서관에서는 21세기판 ‘분서갱유’가 일어났다. IS가 설치한 폭발물로 고대 시리아어 서적과 오스만 제국 시대의 서적 등 수천 점의 희귀 문서와 고서적이 불에 탔다.

성서에 나오는 예언자 요나가 묻힌 것으로 전해지는 나비 유누스 묘지도 지난해 7월 IS에 의해 폭파됐고, 9세기 대표적 아랍 시인이었던 아부 탐말의 동상도 지난해 6월 파괴됐다.

IS는 지난해 8~9월 티크리트에 있는 ‘그린 교회’(Green Church)와 ‘40인의 성지’도 파괴했다.

그린 교회는 1천300년 전 건립된 초기 기독교 건축물로, 1258년 몽골 침략 당시 아시리아 기독교인 대학살의 현장이었던 곳이다. 40인의 성지는 이슬람 2대 칼리프인 우마르 이븐 카탑의 군사 40명이 묻힌 곳이다.

◇ 존재감 과시·이슬람교 선전 이면엔 ‘자금 마련’ = IS는 유적 파괴 사실을 성명을 통해 밝히는가 하면 드릴이나 망치, 중장비로 유물을 파괴하는 현장을 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고대 유물과 문화재, 오래된 교회 등이 이슬람의 가치를 훼손하는 우상숭배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자신들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동시에 이슬람 근본주의 사상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는 셈이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압둘아지즈 오스만 알트와이즈리 이슬람교육과학문화기구(ISESCO) 대표는 공동성명에서 IS의 잇단 유적 파괴에 대해 “아랍권 주민들의 역사와 유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보코바 총장은 지난 6일 성명에서는 “님루드 유적 파괴는 전쟁 범죄”라며 유엔 안보리와 국제형사재판소와도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IS는 유적 파괴의 명분으로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지만 정작 이슬람권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지난 6일 IS가 이라크의 현재와 역사, 고대 문명을 무참히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집트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는 IS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재감 과시나 이슬람교 선전은 표면적 이유일 뿐, IS의 유적 파괴는 사실상 유물 약탈과 밀거래를 감추기 위한 ‘위장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일 님루드 유적 파괴 현장에서 IS가 트럭으로 동상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현지 주민과 유엔 관계자 등을 통해 목격됐다. 7일 하트라에서도 IS가 유물들을 실어 날랐다는 현지인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고고학 연구자인 주나이드 아메르 하비브는 “IS가 약탈한 유물들은 IS의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는 주요 재원”이라며 “이같은 작전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대원들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월급도 주는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하비브는 IS가 약탈한 유물들을 밀매하는 일을 막으려면 국제사회가 암시장에서의 불법적 유물 거래를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S가 원유 밀매와 함께 주요 자금 공급원으로 삼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 문화유산 밀매 규모는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연간 1억달러(약 1천98억원)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에 지난달 12일 IS 등 극단주의 이슬람단체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원유 및 문화유산 거래, 인질 몸값 지급 등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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