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80대 부부 ‘혼자 되기 두려워’ 동반안락사 계획

벨기에 80대 부부 ‘혼자 되기 두려워’ 동반안락사 계획

입력 2014-09-26 00:00
수정 2014-09-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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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 사는 80대 후반의 부부가 배우자가 죽을 경우 맞게 될 외로움을 우려해 ‘동반 안락사’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6일 벨기에 온라인 매체 ‘무스티크’를 인용, 프란시스(89)와 앤느(86)라는 이름의 부부가 결혼 64주년 기념일인 내년 2월 3일 안락사 방식으로 함께 죽기로 했다고 전했다.

프란시스는 20년간 전립선암 치료를 받아왔고 매일 모르핀 주사 없이는 하루도 지내기 어려우며 부인은 청력을 거의 상실했고 시력도 약해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상태는 아니다.

이들은 동반 죽음을 택한 이유가 건강 때문이 아니라 배우자 사망 후의 외로움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녀 3명도 부모가 배우자 사별 후 홀로 됐을 때 돌보기 어렵다며 동반 안락사 계획을 받아들였다.

노부부는 안락사를 요구할 기운도 없이 침대에서 생을 마치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가지 않기로 했고 두 사람의 연금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고급 실버타운도 기피했다.

이런저런 자살 방법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들은 수면제 과다 복용 후 플라스틱 주머니를 머리에 뒤집어쓰는 안락사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50대 중반의 아들은 의사를 찾아가 부모의 안락사를 요청했다. 벨기에에서는 2002년 안락사가 합법화됐으나 의사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 요청을 거부했다. 아들은 그러나 벨기에 내에서 안락사의 82%가 이뤄지는 플랑드르 지역의 한 병원을 찾아가 의사로부터 안락사 허락을 받았다.

프란시스는 “아들딸이 없었으면 (안락사 계획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마치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빛을 보게 된 기분”이라고 기뻐했다.

하루 평균 5명이 독극물 주사 방식의 안락사를 선택하는 벨기에에서 부부가 함께 안락사를 택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동반 안락사는 전례가 있다. 2012년 45세의 쌍둥이 청각 장애자가 시력까지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후 안락사 허락을 받았다.

안락사 이유로 정신적 고통을 내세우는 사례로 늘어나고 있다. 의사의 실수로 성전환 수술을 잘못 받은 40대 여성에게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가 허용됐고 이달 초에는 프랑크 반 덴 블레켄이라는 살인범이 같은 이유를 내세워 복역수로는 처음으로 안락사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안락사 확산 추세에도 불구하고 프란시스 부부의 동반 죽음 계획은 조력 자살이나 안락사 반대자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의 안락사 반대자들은 이번 일에 대해 “일단 안락사가 허용되면 관련 법이 확대 적용될 여지가 많다”, “벨기에서 죽음은 버스에서 내리는 것처럼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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