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대원 3차례 전출요구도 묵살
‘윤일병 사건’과 비슷하게 상사의 지속적인 학대와 동료의 방관 속에서 벌어진 한 일본 자위대원 자살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요코스카(橫須賀) 기지 호위함에서 근무해온 이 해상자위대원은 상사의 지속적 학대에 시달리다 올해 자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해상자위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가해한 상사는 이 대원의 머리를 때리거나 선박 출입구 문에 손을 끼워넣도록 했으며, 선 채로 양동이를 들거나 무릎을 꿇은 채 이마를 땅바닥에 대는 등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도통신이 2일 전했다.
특히 이 자위대원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방관한 동료가 최소 35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살한 대원은 상사들에게 3차례나 전출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또한, 자살하기 이틀 전 자위대 간부를 면담했지만, 이 간부는 가해 상사를 동석시킨 상태에서 주의를 주는 등 피해 대원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았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와 함께 호위함 함장은 이 대원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전말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은 과거에 있었던 괴롭힘에 의한 자살사건들을 계기로 대원에 대한 면접을 강화하고 상담창구를 설치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해왔다면서도 “(대응이) 부족했던 함정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올해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2011년 78명, 2012년 79명, 작년 76명의 자위대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발생한지 10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된 다른 해상자위대원의 자살사건은 자위대 내부의 인권 침해와 함께 조직적인 진상 은폐 문제를 노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