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美 ‘테러범 고문 기법’ 고안자 “적법” 강변

침묵 깬 美 ‘테러범 고문 기법’ 고안자 “적법” 강변

입력 2014-04-19 00:00
수정 2014-04-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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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인터뷰서 “심문 성과 있었다…긍정적 면 비방에 분노”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물고문 등 가혹한 테러범 심문법을 창안한 심리학자가 ‘해당 심문은 당시 합법이었다’며 고문에 대한 비판을 단호하게 반박했다.

퇴역한 공군 심리학자인 제임스 미첼 박사는 최근 영국 가디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고문 기법 창안에 개입한 사실이 2007년 알려진 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미첼은 “고문 프로그램은 당시 법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당시 실무자들도 법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10년 후에 와서 그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고 그들을 부당하게 비난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은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요청받은 사람일 뿐이라며 해당 심문 프로그램에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사과할 것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CIA의 잔혹한 고문 기법을 비판한 미국 상원 기밀 보고서에 대해 “진실성이 매우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CIA 정보분석 전문가와 CIA 국장들이 모두 틀렸다는 얘기인가? 심문으로 확보한 첩보로 테러범 체포에 나섰던 요원들이 모두 틀렸다는 얘기인가?”라며 “10년이 지난 다음 일개 상원 직원이 모든 정보를 찾아내 사실이 규명됐다고 얘기하는가?”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미첼은 고문 기법이 실제 테러 억제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얻는 데 효과적이었다면서 이 기법이 등장했을 때가 테러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던 2001년 9·11 공격 직후였다는 점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첼은 이어 “지금 세상이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을 대충 얼버무리고 일부 긍정적 면도 비방한다는 사실에 분개한다”고 강조했다.

미첼은 CIA에서 심문 전문가로 일하면서 동료 CIA 심리학 전문가 한 명과 함께 워터 보딩(얼굴에 물 붓기), 스트레스 포지션(불편한 자세 강요), 잠 안재우기 등의 심문 기법을 고안했다. 2001∼2009년 CIA 비밀 억류 시설에서 테러 용의자 100여 명 이상이 이런 고문을 당하면서 심문을 받았다.

미첼은 직접 9·11 공격의 주동자 중 하나였던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에게 워터 보딩 고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문광(狂)이라는 일부 비판에는 “나는 평범한 남자로 정부 최고위자들에게서 ‘조국을 위해 일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뿐”이라면서 “나는 그 요청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기밀 보고서는 미첼이 고안한 고문 기법들이 ‘지나치게 잔혹했고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데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정보위는 해당 기밀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의 기밀 해제를 요구하는 안건을 이번 달 3일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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