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러’ 개입 반대” 시위…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 병합할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크림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은 15일(현지시간) 선거운동 금지와 러시아계 자경단 등의 경계에 따라 조용한 양상이지만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시위대 간 충돌로 2명이 사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5만여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서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최후 압박에 나섰다.
◇’러시아 귀속’ 투표 D-1…우크라 동부서 시위대 간 총격전
크림 정부는 16일 시행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날 ‘정적의 날’을 선포해 선거운동을 금지했다. 심페로폴 시내 곳곳에는 러시아계 자경단 등이 경계를 펼치고 있어 조용한 분위기였다.
크림 반도의 유권자 150만명 가운데 러시아계가 60% 이상으로 투표 결과 러시아 귀속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정부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모두 함께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선택을 결정하자”며 러시아 귀속에 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크림 반도가 비교적 차분한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지역에서는 친러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반러 무장세력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동부 하리코프 시내에서 친러-반러 시위대 간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사상자는 친러 시위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뉴스채널 ‘라시야24’는 이 사건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 극우 단체인 ‘우파진영’ 소속 무장 세력이 하리코프 시내 건물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친러시아계 시위대 간에 총격이 오가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이날 사건은 ‘우파진영’ 동부 지역 책임자인 안드레이 벨체츠키가 지휘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무장세력은 총격 전 이후 건물 2층에서 경비원 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케르네스 시장과의 협상 뒤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가 임명한 이고리 발루타 하리코프주(州) 주지사는 하리코프 시내 무력 충돌이 친러 진영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내 자유광장에서 친러시아계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던 도중 한 대의 소형 버스가 시위대로 접근했고 목격자들에 따르면 바로 이 버스에 복면을 한 괴한들이 타고 있었다”며 이 괴한들을 무력 충돌의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 13일에도 하리코프 인근의 도네츠크에서 시위대 간 충돌로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네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행은 최근 동부에서 잇따르는 무력 충돌에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투르치네프 대통령 대행은 이날 “동부에서 어떤 세력이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크렘린에서 보낸 요원들이 이를 조직하고 자금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 투표 이후 러시아가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크림 자치정부 의회를 폐쇄하기로 의결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모스크바서 ‘러’ 개입 반대’ 시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효력을 부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 외교관들은 이 회의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으며 러시아는 표결에서 반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의안 초안은 미국이 작성했으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신중한 용어들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관은 “결의안의 유일한 목적은 중국이 투표를 기권하게 해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정상들은 투표 이후 우크라이나와 인접국을 잇달아 방문하기로 했다. AP 통신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가 다음 주 유럽 순방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와 면담한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이들 국가에 대한 나토의 방위 공약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모스크바 도심에서는 이날 5만명 가량이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러시아의 크림 점거는 러시아의 불명예다.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고 외치는 등 푸틴 정부의 크림 반도 점거에 항의했다.
이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축출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시위대가 사용했던 구호를 연호했으며 지난 2011년과 2012년 반(反) 푸틴 시위가 벌어졌던 사하로프 대로를 행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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