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대화재개 합의…김정은·아베 빅딜 탐색전?

북·일 대화재개 합의…김정은·아베 빅딜 탐색전?

입력 2014-02-28 00:00
수정 201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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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에 장성택 처형-야스쿠니 국면 전환 소재

내달 3일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리는 북일 적십자 실무협의는 적십자의 ‘완장’을 차긴 했지만 사실상 정부 간 회담의 예비회담 성격으로 보인다.

오노 게이치(小野啓一)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과 북한 외무성 당국자가 각각 동석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첫 북일 정부 간 회담에 앞선 탐색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건은 북일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작년 12월 2인자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악화한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정말로’ 대화를 하고 싶은 미국이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대화로 가는 우회로를 탐색하는 차원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한 데 이어 일본과의 대화를 성사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이번 적십자 협의는 북한이 제안했다.

또 일본은 작년 12월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으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았기에 새로운 대외 현안으로 국면전환을 꾀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작년 5월 주변국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총리 자문역)의 방북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전례로 미뤄 일본 외무성이 일정을 사전에 발표한 뒤 북한과 접촉했을 때는 관련국에 계획을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번에도 한국, 미국 등에 귀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이지마 참여의 방북 때는 아베 정권의 ‘단독 플레이’였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이뤄지는데다 의제도 일본인 유골 송환이라는 인도주의 현안이라는 점에서 한미 등이 대놓고 반대할 이유나 명분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이번 회동이 북일 국교정상화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정식 대화 재개로 이어질지가 첫번째 관전 포인트다.

가장 최근인 2012년 8월9∼10일 북일간 적십자 접촉이 베이징에서 열린 후 19일 만에 정부 간 회담이 열린 바 있어 이번에도 유사한 수순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탐색전 성격의 이번 회담에서 국교정상화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기는 어렵겠지만 정부 간 회담의 조기 개최로 연결된다면 양측간 협의가 속도감 있게 전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경우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서 납치의 ‘최고 지시자’였다는 의심을 받는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는 운신의 여지가 있고, 아베 총리는 50%가 넘는 높은 내각 지지율 속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모험을 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정권(2001∼2006년) 때 납북자 문제에서 강경론을 편 것으로 정치적 대도약을 한 아베 총리는 취임 후 여러 차례 걸쳐 “재임 중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의지를 표명했고, 작년 5월15일 국회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정상회담을) 생각해가며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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