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로 사무라이 검 제압한 로이스 케네디. / 뉴질랜드 언론 홈페이지 캡처
뉴질랜드에서는 사무라이 검을 든 40대 남자에게 조그만 빗자루로 맞선 80대 할머니가 용감한 시민훈장을 받아 화제다.
2일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올해 84세 로이스 케네디 할머니가 그 주인공으로 이날 발표된 뉴질랜드 용감한 시민훈장 수상자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케네디 할머니에게 훈장을 안겨준 사건은 3년 전인 지난 2011년 1월 21일 일어났다.
그날 새벽 곤히 잠을 자고 있던 케네디 할머니는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소리에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체구가 조그맣고 평소에 보행도 보조기가 있어야 할 정도로 불편한 몸이지만 현관에 놓여 있던 조그만 난로 청소용 손빗자루를 하나 손에 쥐고 한걸음에 이웃집으로 달려갔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미명 속에서 시력도 좋지 않은 케네디 할머니는 비명이 들린 이웃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이웃집 할머니(61)를 공격하던 남자에게 빗자루 세례를 퍼부었다.
공격자는 피해자의 아들로 나이는 40대 초반이었다.
공격을 받던 이웃집 할머니는 아들이 칼(실제로는 사무라이 검)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나 케네디 할머니는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케네디 할머니는 “나는 좋은 이웃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나도 어둠 속에서 검의 감촉을 느꼈다. 매우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돕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슬하에 자녀 5명과 증손자까지 둔 케네디 할머니는 못된 아들이 자기 어머니를 바닥에 쓰러뜨려 공격하고 있었다며 자신이 못된 아들을 어느 정도 물리친 다음 소리를 질러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 사람도 도와주러 달려오지 않았다며 그래서 자신의 집으로 달려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안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며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자기 어머니 차를 타고 도주하려던 아들을 현장에서 체포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여러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정신적 충격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케네디 할머니는 설명했다.
케네디 할머니의 딸 산드라(56)는 “경찰은 어머니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살인 사건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며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현재 양로원에서 사는 케네디 할머니의 가족은 비단 본인뿐 아니라 소방관인 아들도 지난 1990년 불타는 유조차 밑에 깔린 12세 소녀를 구조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 등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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