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강제동원 피해자·집단자위권 등 ‘뜨거운 감자’는 손 못대
29∼30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는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작년에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 관계가 줄곧 악화해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비롯한 역대 정권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힌 것은 과거사 인식에 관한 일본의 ‘변덕’이 양국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된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3국 공동 역사교과서 추진을 촉구하겠다는 것은 공통의 역사 인식을 마련하겠다는 일종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문제를 논의한 경제과학기술 상임위원회에서는 일본 측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국 국민에게 큰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발언이 나오는 등 공감의 영역이 확대됐다고 참석자들은 평가했다.
그간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주로 민간 차원에서 시도됐는데 이번에는 국민의 대표 기관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확실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외교가의 한 인사는 “외교든 정치든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며 “국회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이번 행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관계 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관계 개선의 상징인 정상회담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는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를 직접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였으며 점차 추진한다는 게 양쪽 의회의 인식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이번에 합동총회가 잘 마무리 된 것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整地) 작업이 아니냐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악수만 하면 뭐하겠느냐.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과 배상, 집단자위권 등 양국이 대립하거나 민감한 문제는 2년 만에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를 경색시킬까 우려해 아예 논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명발표 후 기자회견에서는 종군 위안부 등 핵심적인 문제에 관한 논의 없이 정상회담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자민당 의원은 “지금 그런 핵심 문제를 언급하더라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민감정까지 고려해 논의할 분위기를 일단 만들지 않으면 다루더라도 서로 상처만 깊어진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정상까지 한 번에 올라가지 않고 이번에는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고 산을 오르는 과정에 비유하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에 관해서는 민간 차원에서 학자들 간에 움직임이 있는데 정치권이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우려도 있었고 전례를 볼 때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