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파문확산 차단 분위기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멕시코 전·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통신감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멕시코가 자체 수사에 착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미구엘 앙헬 오소리오 총 멕시코 내무장관은 미국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감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보기관인 국가치안수사센터(CISEN)와 연방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명령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오소리오 총 장관은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했다”며 “이번 수사로 보도 내용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 중인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멕시코 외무장관은 현지에서 열린 즉석 기자간담회에서 “스파이 행위는 신뢰의 남용”이라며 “멕시코는 책임 있는 이의 처벌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수사를 요구했다”는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메아데 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에서 이번 일을 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멕시코 건만 특별히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현황을 검토하면서 멕시코 부분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메아데 장관은 귀국하는 대로 앤서니 웨인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멕시코 외교부가 에우라드로 메디나-모라 미국 주재 멕시코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일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감청 대상자의 한 명인 칼데론 전 대통령은 이번 일이 “멕시코에 대한 공격행위”라고 비난하며 외교부가 미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멕시코 여야 정당은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나름대로 대응은 해야 한다는 견해를 폈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웨인 미국대사와 메디나-모라 주미 대사를 차례로 불러 경위를 파악하기로 했다.
중도우파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은 멕시코 외교부와 법무부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소수야당인 시민운동(MC)의 리카르도 몬레알 대표는 멕시코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인데다 소심하기까지 하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앞서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0일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자료를 인용해 NSA가 칼데론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이메일을 해킹하고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문자 메시지를 훔쳐봤다고 보도했다.
한편 NSA가 지난해 12월∼올해 1월 한 달 사이에 7천만여 건의 프랑스 전화를 비밀리에 도청·녹음했다는 르몽드의 21일 보도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AFP가 22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조찬 회동을 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말한 것처럼 우방에 대한 이 같은 대규모 스파이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말했다”고 밝혔다.
나자트 발로-벨카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NSA의 행위에 보복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고조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방 사이에는 상호 존중 관계가 필요하다”며 “이번 일로 신뢰가 훼손됐지만 그럼에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