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7명, 합사철회 요구 2차 소송 제기
”자기들은 참배하면서 왜 우리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태평양 전쟁 중 사망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고인의 명예 회복을 부르짖었다.
일본의 태평양 전쟁 중 사망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이 22일 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찾아 이곳에 합사된 가족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희생자 유족이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야스쿠니 신사 사무실을 향하자 신사 관계자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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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의 오빠 대현 씨는 20살 무렵에 일본군에 끌려갔다. 이후 남양군도에 있다는 편지와 사진을 한 장 보내고 소식이 끊겼다.
일본이 패전하고 나서도 오빠의 소식을 알 수는 없었고 아들 걱정에 앓아누운 어머니는 광복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남씨는 “아버지가 오빠를 찾으려고 백리 이백리를 마다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끝내 오빠 소식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오빠가 남양군도에서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기록을 2003년에서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빠의 이름을 꼭 빼야 부모님에게 면목이 서고 동생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억울한 심정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남순(70·여) 씨는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만수(1920년생) 씨가 남양군도에 끌려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 이름만 빼준다면 야스쿠니 신사에는 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것”이라며 “유골이라도 찾아서 편안하게 모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기철(70) 씨도 “A급 전범이 있는 신사에 아버지가 있을 이유가 없다”며 살아서 만나지 못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들 유족은 ‘침략신사 떼거리 참배 그만하라’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신사 측은 “신사는 참배하는 곳이지 항의하는 곳이 아니다”며 이들을 제지하고 진입을 막았다.
또 ‘고인의 합사를 철회해 달라’는 서신은 받아들였지만 ‘항의 자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매정하게 답변했다.
남씨를 비롯해 야스쿠니에 합사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 27명은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무단 합사를 취소하고 유골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이날 도쿄지법에 제기했다.
법정대리인인 오구치 아키히토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일본 국가와 야스쿠니 신사의 책임을 묻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이번 소송을 발판삼아 다음 운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오구치 변호사는 이어 “한국 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의미있는 판결들이 잇달아 나왔는데, 일본도 그런 상황을 받아들여 성실히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희자 씨 등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임에도 야스쿠니에 합사된 김희종 씨가 합사 취소를 요구하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도쿄지법은 2011년 7월2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판결은 23일 선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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