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수개월 내 이란 제재 풀 수 있다”…이란 외무 “1년내 타결 합의”
미국과 이란이 극히 이례적으로 외교 수장(首長)간 일대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이란 핵문제 협상도 내달 재개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이란의 중도파 새 정권 등장과 최근 유엔총회라는 국제 외교무대를 매개로 이란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양상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짧은 비공식 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이른바 ‘P5+1’ 외무장관들이 이란 외무장관과 회의를 한 직후 이뤄졌다.
양국 외무장관의 이번 만남은 6년 만에 최고위급에서 이뤄진 직접 접촉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이 일어난 이후 양국의 외교관계가 단절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케리 장관은 “상황 진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며 “(자리프 장관의) 어조와 비전이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자리프 장관도 회동이 “매우 건설적이었고 실질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란과 P5+1의 이날 회의에서 관련국들은 1년 안에 이란 핵협상을 타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자리프 장관은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핵협상을) 1년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란과 P5+1은 다음 달 15∼16일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란이 협상 진전을 위해 실질적인 제안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27일 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핵사찰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란 외무장관의 회동 또한 핵협상이 처음으로 실질적인 단계에 접어드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회의가 “매우 실속있었고 분위기가 좋았다”며 ‘야심찬 시간표’에 따라 일을 진척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 참석해 “선의를 바탕으로, 그리고 효율적인 마인드로 합의 도출 과정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국들은 이란의 태도 변화를 대체로 환영하고 있으나 다소 신중한 반응도 있다.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말로는 충분치 않다”며 “행동과 실질적인 결과가 중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케리 장관은 26일 자리프 장관과의 회동 직전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감시에 협조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수개월 내에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포르도 지하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거나 우라늄 농축 수준을 크게 줄이는 것 등이 구체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3~6개월 내에 협상이 타결되길 바란다는 로하니 대통령의 의지에 대해 “물론 가능한 일”이라며 “이란이 얼마나 확실하고 기꺼이 준비하느냐에 따라 더 빨리 타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입증 가능하며 책임 있는 투명한 절차가 마련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진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