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민 “퇴근 후 술 한 잔 할 자유도 없다”

터키 시민 “퇴근 후 술 한 잔 할 자유도 없다”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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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부 시위 일주일째

“퇴근하고 친구와 맥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도 없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일주일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터키 수도 앙카라에 사는 대학생 이지칸 에르도안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의 원인은 언론을 통제하고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반대세력을 탄압하며 독재자의 길로 접어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르도안 총리는) 2003년 집권 때만 해도 국민에게 더 많은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터키는 그의 말이 곧 법인 나라가 됐다”며 “총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야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하루아침에 철거되거나 경찰에 잡혀간 민간인이 숨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스탄불 도심의 ‘작은 공원’(게지)을 지키려던 소규모 집회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된 것은 현 정권의 일방주의와 권위주의적인 이슬람주의에 기반을 둔 지나친 규제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세속주의자들과 충돌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최근 주류 판매 장소와 시간을 제한하고, 보스포루스 해협에 건설하는 이스탄불 제3대교에 ‘술탄’(터키 전신인 오스만 제국 지배자)의 이름을 붙이는 등 이슬람 색채가 강한 정책을 잇달아 밀어붙이면서 젊은 시민층과 이른바 ‘문화 전쟁’을 일으켰다.

3일 오전 탁심광장에 모인 1500여명은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앙카라에서도 전날 7000여명이 모이는 등 지난 주말 전국 67개 도시로 시위가 확산하면서 170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AP통신은 전날밤 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사륜 구동차에 치인 20대 남성 한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고 터키 의사 협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나에게는 독재의 피가 흐르지 않으며, 독재는 내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라며 시위대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24만명의 노조원이 소속된 터키 공공노조연합(KESK)은 4~5일에 경찰의 반정부 시위대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경고 파업을 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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