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톈안먼 사태 배후 아니다”

“나는 톈안먼 사태 배후 아니다”

입력 2013-05-06 00:00
수정 2013-05-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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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정부 지식인 故 팡리즈 자서전

팡리즈(方勵之)
팡리즈(方勵之)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팡리즈(方勵之)가 사후 출간된 자서전에서 자신이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배후였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부인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사망한 팡리즈는 최근 발간된 중문 자서전에서 “정치는 결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으며 톈안먼 시위 때 대중 앞에 나서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가 당국에 의해 톈안먼 운동의 배후로 지목된 것은 급진적인 정치개혁을 촉구했던 한 연설문과 관련이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적했다.

팡리즈는 중국과학기술대 부총장 재직 당시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는 위에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1987년 1월 부총장 직위에서 해임되고 공산당원 자격도 박탈당했다. 더욱이 이 연설은 3년 뒤 발생한 6·4 톈안먼 사태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인식돼 톈안먼 사건 직후에는 부인 리수셴(李淑?)과 함께 반혁명 선동 선전죄로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그는 자서전에서 “만약 우리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도록 이바지한 바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민주화 메시지가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이라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한편 자서전에는 팡리즈가 망명할 당시 많은 중국 관리들이 반체제 인사들의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뒤로는 자신의 가족들이 미국 비자 받기를 원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교육위원회의 고위 인사는 제임스 릴리 주중 미국대사를 사무실로 불러 반체제 인사 은신처 제공 문제에 항의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릴리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인의 미국 비자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의 친지들과 국무원 대변인의 친지들도 미국 비자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팡리즈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정신적 지주로, 시위 이후 주중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 애리조나대에서 물리학 교수로 지내다 지난해 4월 별세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5-0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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