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들 불안 반영한 듯…ECB·러시아 지원 의향도
지중해의 소국 키프로스가 뱅크런(예금인출사태) 우려가 증폭되자 은행 영업정지를 다시 오는 28일까지 전격 연장했다.마라톤협상 끝에 25일 새벽 유럽연합(EU) 측과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 수개월 동안 드리운 먹구름을 제거하는 듯했으나 여진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키프로스 중앙은행은 25일(현지시간) 오후 “미할리스 사리스 재무장관이 중앙은행장의 권고를 수용, 전체 은행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은행들의 영업정지를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은행 영업중단을 통한 자본 통제가 없으면 자칫 뱅크런, 나아가 자금 국외유출 사태까지 일어나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를 더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온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양대 은행인 라이키은행(Cyprus Popular Bank)과 키프로스은행(Bank of Cyprus)을 뺀 나머지 은행들이 26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급작스런 조치였다.
또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이 중앙은행 발표에 앞서 TV 연설을 통해 대국민 설득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은 연설에서 구제금융 협상 타결은 고통스럽지만 경제 붕괴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자신들은 최선의 것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수개월의 불안감과 고통을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도 역설했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먼저 경험한 아일랜드나 그리스 같은 나라의 국민들과 유사한 즉각적이고 깊은 경기침체와 수년간의 고통에 직면할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많은 키프로스인은 26일 은행 문이 다시 열리자마자 은행으로 달려갈 것으로 기대됐다.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이 일시 조치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구체적인 내용 없이 은행 거래에 일부 제한을 두기로 했다고 밝힌 점도 예금자들로서는 향후 사태 전개를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다.
키프로스 은행들은 지난 16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정부가 유로존과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동안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키프로스는 현재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찾을 수 있는 현금을 하루 100유로(약 14만4천390원)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ATM 다수는 현금이 순식간에 동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현금이 부족한 키프로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키프로스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차관 상환조건의 재조정 문제를 키프로스 측과 협상하라고 내각에 지시하면서 키프로스 경제와 금융시스템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앞서 키프로스 정부는 유럽연합(EU) 등 국제채권단으로부터 100억 유로(약 14조4천억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라이키은행을 청산하기로 하는 등 과도한 금융부문을 과감히 축소키로 하는 등의 구제금융 조건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라이키은행과 최대 은행인 키프로스은행의 예금보호한도(10만유로)를 넘는 예금에 대해선 최대 40%의 헤어컷(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모든 은행의 예금 중 10만 유로 이하의 예금은 보호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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