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쇄신 역설…가톨릭 교회의 ‘핵심가치 이탈’ 경계
“우리는 원하는 대로 걸을 수도 있고, 많은 것을 지을 수도 있지만, 신앙의 고백 없이는 인심 좋은 비정부기구(NGO)가 될지언정 교회가 될 수는 없다”신임 교황 프란치스코가 14일(현지시간) 교황으로서 처음 집전한 미사에서 내놓은 ‘일성’이다.
그는 이날 강론에서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각종 추문과 권력투쟁으로 얼룩진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야 함을 분명히 촉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자신을 선출한 추기경 114명이 자리한 가운데 첫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강론에서 ‘걷기(walking), 짓기(building), 신앙고백(professing)’을 교회의 세 가지 임무로 제시하고 영적 쇄신을 통한 교회 재건을 역설했다.
또 “우리가 걷지 않으면 멈추고, 반석 위에 집을 짓지 않으면 어린아이가 해변에 지은 모래성처럼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뭔가를 짓고, 십자가 없이 예수의 이름을 부른다면 우리는 주 예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인 존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에게 기도하지 않는 이는 곧 악마에게 기도하는 것”이라는 프랑스 작가 레옹 블루아(1846∼1917)의 말도 인용했다. 블루아는 원래 불가지론자였으나 죽기 전 열렬한 가톨릭 신자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사 마지막에는 “고통받고 삶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날 강론은 소탈하면서도 신앙의 ‘기본’을 중시하는 그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리에서는 보수적이지만 바티칸 관료사회를 개혁할 자질을 갖춘 인물로도 여겨진다. 그는 이전에도 가톨릭 교회가 원래의 핵심 가치와 가르침에서 멀어지는 것을 경계해왔다고 알려졌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어로 별도의 원고 없이 약 10여 분간 강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강론을 라틴어로 행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내용에서도 성경을 많이 인용하기는 했지만 더 친숙한 화법을 사용, 신학자로서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 길게 설명하곤 했던 베네딕토 16세와 차이를 보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앞으로 교황 프란치스코는 피임이나 여성사제 서품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는 바티칸의 견해를 확고히 하면서도 빈곤문제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운동가적 면모를 보일 것으로 AP통신은 예상했다.
바티칸 사학자인 암브로지오 피아조니는 “새 교황을 전통주의자로 보는 것이나 ‘경제 정의 실천가’로 보는 것은 둘 다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