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퇴위 교황, 독단적 보수주의 오점 남겨”

FT “퇴위 교황, 독단적 보수주의 오점 남겨”

입력 2013-02-12 00:00
수정 2013-02-1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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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제 임명을 아동 성학대와 같은 중범죄로 간주”

전격 퇴위를 발표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도덕적 상대주의를 배격한다는 명분 아래 독단적 보수주의라는 오점을 남겼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85세의 베네딕토 16세가 퇴위 이유로 밝힌 노쇠함은 냉정한 교조주의자라는 그의 평판을 혼동하게 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사실 짧은 교황 재위 기간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자신을 도덕적 상대주의를 배격하는 전투적 문화 전사로 자리매김하면서 로마 가톨릭 교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그는 가톨릭 개혁의 획기적 이정표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이후 추진되던 혁신 조치들을 후퇴시키고 이른바 정통 교리를 부과해왔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출신의 신학자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그는 사목 경험이 별로 없었으나 전임자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전격 발탁된 이래 25년 동안 교리 수호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남미의 해방신학과 유럽 예수회 신학자들의 과도한 자유주의가 남녀 간의 차이를 혼동해 페미니즘과 동성애를 조장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황 즉위 이후에도 지난 2006년 자신이 한때 신학대학장을 맡았던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강연에서 “이슬람은 폭력적이고 사악하며 비인간적이다”고 묘사한 비잔틴 제국 황제의 말을 인용했다가 거센 논란에 휩싸이자 강연의 전체 요지는 종교 간 대화를 위해 솔직한 대화로 초대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상대주의 시대에 영원한 진리를 고집하면서 뚜렷한 대척점에 섰으나 정작 재위 기간 가톨릭 기관 내 아동 성학대 폭로로 점철된 교황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신문은 특히 교황이 아동 성학대를 용기 있게 조명한 더블린 대주교(디아무이드 마틴)를 추기경으로 앉히는 대신 자신의 구미에 맞는 고위급 성직자들을 주변에 앉혔다면서 일례로 비밀스럽고 반동적인 기구 ‘오푸스 데이’(Opus Dei) 출신들이 추기경으로 중용된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피임을 대량학살과 동일시한 것처럼 베네딕토 16세를 필두로 한 교황청도 여성 사제 임명을 아동 성학대와 동급의 ‘중범죄’로 간주하는 시대착오적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신문은 향후 교황청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 후임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 역시 유럽계가 과도하게 차지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과 비슷하다면서 보수적 색채를 탈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콘클라베 구성 자체에서 이탈리아 출신이 5분의 1 정도이고 5분의 2 가까이 바티칸 관료들인 데서 보듯 유럽계는 보수적 경향 때문에 발탁되며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출신 추기경들도 왕왕 더 보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신문은 그러나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교황이 추진한 절대주의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의도대로 신학적 올바름을 지니기보다는 좀 더 문화적인 가톨릭 신자들을 양산하는데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차기 교황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일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고, AFP 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성애 인권단체인 COC가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자는 동성애자들에게 더 친화적이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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