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콘돔법안’ 서명…13년 논란 종지부

필리핀 대통령, ‘콘돔법안’ 서명…13년 논란 종지부

입력 2012-12-30 00:00
수정 2012-12-3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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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대주교 ‘밀실 승인’ 맹비난…”법원에 이의제기할 것”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가톨릭 교회의 거센 반발 속에 피임기구 무료배포와 가족계획을 골자로 하는 출산보건법안을 승인했다고 대통령궁 부대변인이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아비가일 발테 부대변인은 아키노 대통령이 상·하원에서 의회가 가결된 지 4일 만인 지난 21일 이 법안에 서명했다면서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뒤늦게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발테 부대변인은 이어 출산보건법 가결로 “매우 분열됐던 역사의 장이 막을 내리고 협력과 화해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가톨릭 교회의 강력한 반대로 13년 동안 의회에서 계류됐던 필리핀 사회의 해묵은 논란거리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여러 여성 인권 단체를 비롯한 법안 지지자들은 법안 가결을 위한 아키노 대통령의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법안 제정으로 필리핀 여성의 인권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필리핀주교회의의 전 의장이었던 오스카 크루즈 대주교는 대통령이 오히려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크루즈 대주교는 아키노 대통령이 비밀리에 법안을 승인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수치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법안의 파장이 두려웠던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법안이 사실은 ‘출산 보건’이 아닌 ‘인구 조절’ 정책이라면서 “처음부터 이 법안은 사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산보건법 승인을 계기로 앞으로 가톨릭 교계가 반발하는 이혼법, 동성결혼법 등도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가톨릭 단체가 법안 통과에 대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크루즈 대주교는 덧붙였다.

이른바 ‘콘돔 법안’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피임기구 배포, 가족계획 홍보, 산모보건·성교육·에이즈 예방 등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6년 임기의 아키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3년간 여성의 피임권 등 여권 신장과 에이즈 예방 등을 위해 해당 법안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의회에 조속한 통과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계는 해당 법안이 입법화되면 도덕가치 훼손과 풍기문란 등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법안 처리에 강력히 반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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