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들 살해혐의 시카고 한인에 무죄평결

20대 아들 살해혐의 시카고 한인에 무죄평결

입력 2012-12-18 00:00
수정 2012-12-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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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소통 문제로 오해 있었다”

미국 시카고 교외도시의 자택에서 20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3년 8개월간 수감된 한인 고모(60)씨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법원 배심원단 12명은 17일(현지시간), 지난 2009년 4월 16일 새벽 시카고 교외도시 노스브룩의 자택 거실에서 자신의 아들(당시 22세)을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고씨에 대해 무죄 판정을 내렸다.

이날 쿡카운티 순회법원 스코키 지원에 모인 고씨의 가족과 측근들은 개릿 하워드 판사의 평결문 낭독을 통해 무죄 평결을 확인하고 만세를 부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고석에 앉아있던 고씨도 변호인단과 악수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인터넷판을 통해 이번 평결의 최후 관건을 고씨와 고씨의 통역을 맡았던 한인 경찰관의 ‘언어능력’으로 분석했다.

사건 발생 후 경찰 수사과정에서 고씨는 범행을 인정하는듯한 답변과 발언을 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고씨의 영어가 서툴러 경찰의 질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배경이 달라 빚어진 언어표현상의 오해들을 경찰이 범행 자백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는 고씨 변호인측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들은 수사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확인하면서 당시 통역을 맡았던 한인 경찰관 김모씨의 한국어 수준이 고씨와 수사 당국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을 이루게 할만 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관 김씨는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언어학자들도 영어가 서툰 용의자를 숙련된 통역 없이 심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찰관이 통역으로 나설 경우 편파적 해석을 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아직 미국에서는 용의자 심문 과정에 반드시 자격을 갖춘 통역원을 쓰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변호인단은 고씨의 아들이 환청을 겪고 옷을 벗고 집 밖을 돌아다니는 이상행동을 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아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고씨 아들이 이른 새벽 집에 들어온 후 자해로 목숨을 끊었으며 이후 고씨 부부가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자신이 수사관들에게 무엇이라 말하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고씨에게 자백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본재판 이전 예비 심리에만 3년 반의 시간이 걸렸으며 지난달 29일 시작된 본재판 개정진술에서부터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검찰은 고씨 아들이 여러 차례 학업을 중단하고 ‘나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마약을 하는 등 아버지에게 큰 실망을 안긴 사실을 지적하면서 고씨가 마약을 사러 나갔다가 새벽녘에 귀가하는 아들을 보고 오랫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고씨의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으며 고씨는 1급 살인혐의로 기소돼 보석금 500만달러(약 55억원)를 책정받고 쿡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

고씨는 이르면 17일 밤 출소할 예정이며 고씨 변호인단은 고씨를 부당하게 체포한 노스브룩 경찰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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