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對러 ‘인권법’ 통과… 新 냉전시대 열리나

美 상원, 對러 ‘인권법’ 통과… 新 냉전시대 열리나

입력 2012-12-08 00:00
수정 2012-12-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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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탄압’ 러 관리 입국금지·자산동결

미국과 러시아가 ‘신냉전’에 돌입할 기세다. 미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무역 제한법을 폐지하는 대신 인권 실태를 문제 삼는 새 법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 정부가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며 향후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미 상원이 6일(현지시간) 부패와 인권 탄압에 연루된 러시아 관리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는 대(對)러시아 인권법, 일명 ‘마그니츠키법’을 찬성 92표 대 반대 4표의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켰다고 AP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지난달 하원에서는 찬성 365표 대 반대 43표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러시아 변호사인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그니츠키는 2008년부터 검사, 판사, 경찰, 세무직원 등 러시아 고위 공무원들이 연루된 2억 3000만 달러(약 2500억원) 규모의 대형 비리 사건을 파헤치다 탈세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를 받던 중 2009년 11월 교도소에서 숨졌다. 사인은 당초 심장마비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고문사라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그의 사망과 관련된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랐다.

법안이 발효되면 마그니츠키의 죽음은 물론 다른 인권 침해 사건에 연루된 러시아 공무원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입국과 금융 거래가 금지된다. 법안을 주도해 온 벤저민 카딘(메릴랜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오늘 우리는 인권 보호에 앞장서는 미국의 리더십에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즉각 트위터를 통해 “21세기에도 납치와 고문이 합법인 미국으로부터 인권에 대한 불만을 듣는다는 건 가당찮은 일”이라며 “워싱턴은 여전히 ‘냉전’이 진행 중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콘스탄틴 돌고프 러시아 외무부 인권·민주주의 담당 특별대사는 인권법 통과를 “내정 간섭”이라고 규정한 뒤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렉세이 푸시코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러시아 의원들이 인권을 침해한 미국민들에 대한 러시아 입국 금지와 자산 동결을 담은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인권 사수’라는 명목을 내걸었지만 이면에는 ‘실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상원은 마그니츠키법을 통과시키는 대신 옛 소련 시절인 1974년 도입된 대러 무역 제한 법안(일명 ‘잭슨 배닉 수정안’)을 폐지했다. 이 법안은 올해 러시아가 가입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미국 무역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불만이 높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러 간 무역 정상화를 위해 의회에 ‘잭슨 배닉 수정안’ 폐지와 ‘마그니츠키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양국 간 ‘리셋 외교’(화해를 위한 관계 재설정)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오린 하치(유타)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초 영국 의회도 비슷한 내용의 러시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영국 외무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경색을 우려해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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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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