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시진핑 시대’ 맞춰 친중국 정책

대만, ‘시진핑 시대’ 맞춰 친중국 정책

입력 2012-11-14 00:00
수정 2012-11-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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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시집온 배우자 처우개선·투자이민 허용 추진

대만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시대’ 개막에 맞춰 친중국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행정원은 최근 ‘대만 및 중국대륙 지역 주민 관계’ 조례를 개정해 대만인과 결혼한 중국 출신 배우자의 장기거류증(영주권) 획득 연한을 기존 6년에서 4년으로 축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보다 2년 짧은 4년 만에 영구성 신분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국은 조례 개정에 따라 장기거류증 취득을 기다리는 2만명 이상의 중국인 배우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내 중국출신 배우자의 처우 개선 문제는 그동안 중국 당국의 핵심 관심 사안 중 하나였다.

양안 남녀 간 결혼은 1980년대 말 공식적으로 처음 허용됐다.

행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32만 쌍의 양안 남녀가 결혼했다.

양안 결혼이 허용되던 시점에는 대만이 경제적으로 중국보다 훨씬 잘 살았기 때문에 대만으로 시집오려는 중국 여성이 많았다. 사기 결혼 등의 피해 사례도 자주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대만 당국은 ‘이민법’ 등을 통해 중국출신 배우자의 대만 거주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혼인신고, 거류증 발급 등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대만에서 직업을 갖는 것도 제한하는 등 본토 출신 배우자들을 차별대우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양안 결혼 초기 대만에선 시집온 중국출신 여성들을 비하하는 뉘앙스가 담긴 ‘대륙 메이(妹)’라는 호칭이 사용되기도 했다.

대만 당국은 앞으로 혼인신고 절차 등 제반 불합리 행정 사항들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간 인적교류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분야도 중국의 지도부 교체 시점에 맞춰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다.

당국은 중국인 자본가의 투자 이민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옌샹(施顔祥) 경제부장(장관)은 “대만의 장기 발전을 고려한다면 중국인의 투자이민도 고려해야 할 단계”라면서 “이는 양안 경제 교류를 강화하고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2억 대만달러(약 75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일자리를 10개 이상 창출하는 중국 투자가를 대상으로 우선 이민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일보는 당국이 반도체, 패널 산업에 대한 중국자본의 지분 투자 50% 상한 제한을 폐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공공건설업 분야에 대한 투자 상한선을 기존 10%에서 20%로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시대가 도래하면 양안 간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군사 및 정치협상, 통일협상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국책연구원 톈훙마오 회장은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양안은 아직 정치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인적교류나 문화·교육 교류와 같은 소프트한 분야 중심의 교류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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