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까지 지출 삭감·세금인상”… 8만명 반대 시위
그리스 의회가 진통 끝에 재정지출 삭감, 세금인상, 고용 유연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구제금융 차기 집행분인 315억 유로(약 43조원)를 받을 길이 열렸지만, 표결 과정에서 연정 간 불협화음이 커진 데다 반긴축 정서도 고조돼 정치·사회적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그리스 의회는 8일(현지시간) 긴축법안을 상정, 전체 300석 가운데 찬성 153표, 반대 128표로 반수를 가까스로 넘겨 가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는 오늘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면서 긴축안 통과를 환영했다.
긴축안은 2014년까지 연금 삭감을 포함해 135억 유로 규모의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현재 65세인 퇴직 연령이 2년 늘어나고, 공공 부문 최저임금은 5~25% 삭감된다. 또 연료와 담배에 붙는 세금이 늘어나며 장애인에 대한 복지 혜택도 줄어든다. 그리스 언론들은 이번 긴축법안 통과로 연금 생활자들의 수령액이 최대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표결에서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민주좌파당이 노동부문 개혁 철회를 요구하면서 표결에 불참했고,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사회당에서도 다수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연립정부 내 불협화음이 커져 향후 그리스 정부가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의사당 앞에서는 긴축안 통과에 반대하는 8만명의 시위대가 의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에 맞서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충돌을 빚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2-11-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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