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아직도 ‘컴컴’…뉴욕지하철 운행 재개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 지역을 강타한 지 사흘이 지난 1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내 사망자 수가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또 범위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정전 사태가 계속되면서 상업적 손실을 포함한 물적 피해는 2005년 카트리나 피해규모에 이은 역대 2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뉴욕 지하철이 이날부로 재개통되는 등 인프라 복구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타격이 워낙 컸던 터라 속도는 더딘 형편이다.
◇끝나지 않은 참사 = 1일 현재 샌디로 인한 미국내 사망자 수는 확인된 것만 최소 96명이다. 뉴욕주가 가장 많은 47명(뉴욕시 39명), 뉴저지주 13명, 메릴랜드주 11명, 펜실베이니아주 11명, 웨스트버지니아주 6명, 코네티컷주 4명, 버지니아주 2명, 노스캐롤라이나주 2명 등이다. 실종자를 감안하면 전체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 교외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글렌다 무어씨의 차가 물에 휩쓸리면서 4살과 2살박이 남자 아이 2명이 실종됐다.
또 임시로 전력을 공급키 위해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다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 수도 늘어나고 잇다.
이와 함께 뉴저지주 시워른의 한 공장에서 30만 갤런의 디젤유가 유출돼 현재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뉴욕 코니아일랜드와 뉴저지주 로커웨이 등지에서 약탈 사건이 잇달아 발생, 28명이 체포됐다.
◇여전히 컴컴한 맨해튼= 이날 뉴욕지하철이 4일 만에 재개통되고, 전날부터 주요 공항 세 곳이 부분적으로 운영을 재개함에 따라 교통문제는 다소 숨통을 텄지만 정전사태는 아직도 다수 시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현재 뉴욕시에서만 65만명이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중심지인 맨해튼의 전력은 3일 오전에나 복원될 것이며, 11일께야 뉴욕 시민 전체가 전력을 정상적으로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현지 전력공급업체 콘 에디슨은 소개했다.
뉴저지주에서도 아직 180만명 가량이 ‘컴컴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절반가량 정상영업을 재개한 뉴욕 및 뉴저지의 주유소에는 조명 및 난방을 위해 연료를 구입하려는 시민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뉴욕의 교통은 일부 정상화되긴 했지만 버스와 지하철을 타려면 길게는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등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건물 고층에 갇힌 노인들 구하기 혼신 = 전력이 끊긴 암흑천지에 엘리베이터도 작동이 중단된 고층 아파트에 사는 고령자는 가장 시급히 도와줘야 할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뉴욕의 수은주가 4℃까지 떨어진 1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100만명 분의 긴급 식사를 준비한 가운데, 취약층에 물과 음식을 긴급히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식음료 배포를 위해 주내에 이동식 식당 12곳을 설치하는 한편 주 방위군 및 경찰이 취약가구를 일일이 방문, 도움을 제공토록 했다.
뉴저지주에서 ‘샌디’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인 호보켄시의 경우 홍수 때 집안에 차 들어온 물이 빠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2만명 가량이 대피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집안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폭풍우 관련 피해로는 역대 2위 예상= 물적 피해 및 업계의 영업손실이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면서 ‘샌디’의 경제적 타격은 역대 미국의 폭풍우 피해 가운데 2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이 점쳤다.
폭풍우로 인한 피해액이 가장 컸던 것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로, 물가인상을 감안해 추산한 피해액이 1천280억 달러에 이른다. 업계의 예상대로 이번 사태의 피해액이 500억 달러 선에 달할 경우 440억 달러 규모(물가 인상분 감안한 수치)의 피해를 야기한 1992년 ‘앤드루’, 320억 달러의 피해를 낳은 2008년 ‘아이크’를 넘어서며 폭풍우 관련 재난 가운데 역대 2위의 피해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샌디로 인한 피해가 사전 예상을 크게 상회하게 된 것은 피해지역의 인구밀도가 미국 최고인데다 동급 허리케인 때와 비교할 때 정전 지역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