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새 난민법 상원서 부결…난민정책 표류

호주 새 난민법 상원서 부결…난민정책 표류

입력 2012-06-28 00:00
수정 2012-06-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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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드 총리 “마지막 기회” 호소도 무위…야당 “길라드, 진정성 없어”

호주 집권 노동당이 무소속 의원의 도움을 받아 추진한 새 난민법이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결국 부결돼 난민정책을 둘러싼 난맥상이 지속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최근 일주일새 난민 수백명을 태우고 호주령 크리스마스 섬으로 향하던 배가 잇따라 전복되면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정치권에 실효성있는 난민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8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호주 연방상원은 이날 오후 늦게 롭 오크샷 무소속 의원이 발의하고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지지한 새 난민법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29표, 반대 39표로 부결했다.

새 난민법은 전날 연방하원을 찬성 74표, 반대 72표로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상원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노동당이 상원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야당인 자유당과 국민당, 녹색당이 모두 새 난민법에 대해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이날 상원 부결은 예정된 순서였다.

오크샷 의원이 노동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발의한 새 난민법은 호주 영토가 아닌 말레이시아에서 난민심사를 하고 인근 나우루공화국에 난민수용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자유당은 ‘말레이시아안(案)’에 대해, 녹색당은 ‘말레이시아안’과 ‘나우루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니 애보트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은 밀려드는 난민을 무조건 호주땅에 들여놓지 말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나우루공화국에 난민수용센터를 만들어 수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원래 자유당이 집권하던 지난 2001~2008년 나우루공화국에 경제적 원조를 해주는 대가로 난민수용센터를 설치, 운영해왔으나 2007년 말 케빈 러드의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이를 폐쇄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연방대법원이 호주땅이 아닌 해외에서 난민심사를 하는 ‘말레이시아안’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자 노동당은 법안의 내용을 일부 개정해 의회 표결에 부쳤으나 이마저도 부결돼 난민정책이 표류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난민 250여명을 태우고 크리스마스 섬으로 향하던 선박이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침몰, 47명만 구조되고 200여명이 숨진 데 이어 지난 21일에도 난민선이 전복돼 90여명이 사망하자 호주 정치권의 무능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실효성있는 난민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길라드 총리는 무소속 의원과의 교감을 통해 자유당이 주장하는 ‘나우루안’을 법안 내용에 일부 포함한 새 난민법을 급조해 밀어붙였으나 또다시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치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호주 정치권은 이번에도 비판 여론에 떼밀려 부산만 떨었을 뿐 실효성 있는 난민정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안 드림’을 찾아 호주땅을 밟으려다 배가 침몰해 다수 사망자를 내는 난민선의 비극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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