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대통령, 의회 탄핵으로 사임

파라과이 대통령, 의회 탄핵으로 사임

입력 2012-06-23 00:00
수정 2012-06-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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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이 승계‥”내년 8월 차기 대통령에게 정권 넘길 것”중남미 좌파진영 ‘의회 쿠데타’ 비난‥대통령 지지자 수천명 시위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을 받고 사임했다.

22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파라과이 상원은 이날 오후 루고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9표, 반대 4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전날 시행한 표결에서 찬성 76표, 반대 1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탄핵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루고 대통령은 “파라과이의 역사와 민주주의가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발언과 함께 즉시 대통령궁을 떠났으며,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프랑코 새 대통령은 내년 8월15일까지 루고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차기 대선은 내년 4월 시행된다.

프랑코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존중할 것이며,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마치고 차기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코 부통령은 원내 2당인 보수 성향의 자유당(PLRA) 소속이다. 자유당은 루고 대통령이 이끄는 연립정부의 한 축을 이뤘으나 최근 관계 청산을 선언했다.

탄핵안이 통과되자 의회 건물 주변에 모여 있던 수천명의 루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수도 아순시온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쿠루과티 지역의 한 농장에서 경찰과 빈농들 간의 충돌로 최소한 17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내무장관과 경찰총수가 사퇴했으나 야권은 루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며 탄핵을 전격 발의했다.

’해방신학’에 충실했던 가톨릭 사제 출신인 루고는 빈민구제 활동을 통해 얻은 빈곤층과 노동자, 농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2008년 4월20일 대선에서 40.5%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시까지 61년간 계속된 콜로라도 당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역사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루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을 전후해 90%를 넘기도 했으나 대통령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줄줄이 나타나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 시작해 2009년에는 30%대로 추락했다. 2010년 8월에는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으면서 국정에 공백이 생겼고, 야권으로부터 사퇴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한편, 중남미 지역 좌파 진영은 의회의 루고 대통령 탄핵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사회주의 국제위원회는 루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쿠데타’에 비유하면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지역의 사회민주주의 진영은 파라과이 의회의 행동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강경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파라과이의 새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 다른 좌파 정상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남미지역 국제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은 대통령 탄핵으로 조성된 정국 혼란이 쿠데타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남미국가연합은 파라과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곧 외교장관 회담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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