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법원장, 공금유용 파문으로 사임

스페인 대법원장, 공금유용 파문으로 사임

입력 2012-06-22 00:00
수정 2012-06-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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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천만원을 부당 인출해 32차례 여행한 혐의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와 실업률 급증 등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스페인에서 대법원장이 공금 유용 스캔들로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금 계좌에서 3만 5천 달러(4천50만 원)를 부당하게 인출해 32차례나 여행을 갔다 온 의혹을 받아온 카를로스 디바르(70) 대법원장이 21일(현지시각) 회의 과정에서 사의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동료인 호세 마누엘 고메스 베니테스 대법관의 폭로 이후 언론의 집요한 추적 끝에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고조된 사퇴 압력에 한 달 만에 굴복한 셈이라고 NYT는 전했다.

디바르 대법원장은 애초 공금 유용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또 여행 중 업무상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관리 일부도 그런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확인을 거부했다.

대법원 역시 최근까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그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감싸기에 주력했다.

3대째 판사 집안 출신으로 보수 성향인 디바르는 지난 2008년 당시 사회당 정권에 의해 대법원장에 임명됐으며, 한국의 법원행정처 격인 사법총위원회도 이끌어왔다.

이번주 개원 200주년을 맞는 스페인 대법원 역사상 대법원장의 사임은 처음이며, 디바르 대법원장은 이 기념식 행사도 주관하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의 망신살은 지난 2월에도 발생했다.

대법원이 스페인 국민 사이에 가장 큰 인기를 얻어온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에 대해 도청 사건 판결에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것을 빌미삼아 유죄 선고와 함께 직무 정지 결정을 내려 국제적인 망신과 비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법원 밖에서는 스페인 사법부의 명예가 더 더럽혀지기 전에 그가 사임하는 것이 옳았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말 외부 압력에 굴복해 사퇴하는 식의 “공공기관의 무책임함”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자금 집행 시 공사를 분명히 구분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이끄는 왕실 역시 국왕의 사위가 사기 혐의로 지난 2월 법정에 출석하는 등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행위로 구설에 올랐다고 NYT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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