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수천명 진상규명 요구 시위
병원에서 숨진 중국의 노동운동가 리왕양(李旺陽)의 사망원인을 두고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그의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11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리왕양이 숨진 후난(湖南)성 사오양(邵陽)시 선전당국은 10일 ‘친지들의 요구에 따라’ 리왕양을 화장했다고 밝혔다.
사오양시는 또 리왕양이 ‘뜻밖의 사고’로 숨졌다면서 그의 장례식이 지난 9일 여동생을 비롯해 친지와 친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에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콩 언론들은 리왕양의 가족들이 부검이나 화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앞서 사오양 다샹(大祥)병원 측은 리왕양이 자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오양시는 리왕양의 죽음에 대해 ‘자살’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으며 리왕양이 지난 6일 오전 6시께 7층 병실에서 흰 붕대로 창문 인근에 목을 매단 채 병원 직원에게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사오양시는 또 리왕양과 함께 병실을 쓰던 환자의 말을 인용해 리왕양이 당일 오전 3시께 ‘이상하게 행동했다’고 전했다.
사오양시는 부검은 지난 8일 법의학자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전 과정이 녹화됐다고 밝혔다. 시는 또 부검 결과가 나오면 사망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는 10일 시민 수천여명이 리왕양 사건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30여개 단체가 주최한 행진에는 주최측 추산 2만5천여명(경찰추산 5천400여명)이 참가했다.
홍콩에서는 친(親) 중국 성향의 정당 의원이 중국 정부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홍콩 대표이자 친 중국계 정당인 민주건항연맹 소속인 입 궉-힘(葉國謙) 의원은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이번 일에 대한 홍콩의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