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조치로 伊 보호해온 ‘필터’ 제거된 셈”
스페인의 은행 구제 신청으로 스페인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반면 ‘이탈리아가 그 다음’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10일 분석했다.이탈리아 유력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페데리코 푸비니 칼럼니스트는 10일자 칼럼에서 “이제 이탈리아가 유로 위기국 가운데 유일하게 구제를 신청하지 않은 나라”라면서 “이탈리아의 차입 부담이 낮춰지지 않으면 스페인처럼 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일 5.745%로 스페인 같은 만기물의 6.192% 보다는 낮지만 시장 불안이 여전함을 뒷받침했다.
카를로 바스타신은 이탈리아 경제지 ‘일 솔레 24 오레’에 기고한 글에서 스페인의 은행구제 신청을 “이탈리아를 유로 위기에서 분리시켜온 필터가 제거된 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탈리아도 지난 몇달간 스페인처럼 국채를 주로 자국 은행이 매입해왔다면서 이 때문에 채무 위기가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일 솔레 24 오레는 재무장관도 겸하고 있는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스페인의 구제 수용을 적극 압박해온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페인 구제로 이탈리아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한 점도 경고됐다.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라 스탐파 회견에서 “스페인을 구제하면 이탈리아를 도울 여력이 없게 된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이탈리아가) 스스로 구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면서 “채권 발행이 아직은 순조로우며 이자 비용을 제외한 재정 흑자가 (아직은) 상당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 안주해서는 안되며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는 이탈리아 은행이 상대적으로 견고하며 금융 위기 이후 구제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지난 몇달 사이 몇몇 주요 은행이 자본 보강에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스페인처럼 은행이 심각한 부동산 부실채권에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무디스가 지난달 2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와 인테사 산파올로를 포함한 이 나라 주요 26개 은행의 등급을 강등한 점을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몬티의 대대적인 개혁과 긴축 노선, 증세에 대한 국민 저항이 거센 점을 AFP는 거론했다.
이 때문에 이그나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장은 지난 9일 연설에서 “그리스 사태 악화와 스페인 은행권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의 비상 상황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개혁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잃을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어렵더라도 재정의 고삐를 조여야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11일 스페인이 은행 구제를 신청키로 함으로써 유로존이 단지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풀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