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퇴역군인, 과격 랩으로 전쟁상흔 치유

이라크戰 퇴역군인, 과격 랩으로 전쟁상흔 치유

입력 2012-05-16 00:00
수정 2012-05-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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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죽었어야 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 아내와 딸을 잃었고, 내 영혼을 잃었다. 거기서 죽었더라면 영웅대접이나 받았을 걸. 지금 무엇을 얻었나?”

18세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다가 22세 때인 2008년 제대한 레오 던슨(26). 제대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죽고, 죽이는 전쟁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랩 음악으로 전쟁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TSD)을 치유중이다.

PTSD는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랩을 부르기 시작한 후 대학도 다니고,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 제대 군인 6명중 1명은 PTSD를 앓고 있다.

전자장치를 쓰지 않은 어쿠스틱 음악이나 고전음악이 이 증후군을 치유하는 데 쓰이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위스콘신,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의 주정부가 제대군인들의 PTSD를 치유하기 위해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던슨의 랩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이 아니라, 아주 과격하고 폭력적이다.

그는 랩으로 PTSD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게 무엇이 잘못됐지? PTSD에 걸렸다. 아! 약들은 듣지 않고, 나는 여전히 생각할 수가 없다” “밤마다 경련을 잃으킨다. 집안에 낯선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아내와 잘 지내지지가 않는다”

이뿐만 아니다. 적의 입안에 권총을 밀어넣었던 일, 알콜중독자가 된 것, 아내에게 가했던 폭행, 스무살에 사람 죽이는 법을 배웠던 것 등 그가 겪고 행했던 추악한 현실과 악행을 랩으로 고스란히 노래하고 있다.

지금까지 던슨은 이라크전에 보병으로 참전해 겪었던 악몽을 담아낸 랩 앨범을 5개 냈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에 수천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그는 9.11 사태 직후 세상에 기여하고, 조국에 봉사하겠다는 열의에 차 입대했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군대에서 어른이 됐다.

이라크 전쟁터에서는 밤마다 반군에게 고문당하는 꿈을 꿨으며, 어느날은 움직이는 것은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장난으로 친구 얼굴에 총을 겨누기도 했으며, 이라크 소년을 붙잡아 체포한다며 겁주고 놀리기도 했다. 이 장면들은 아직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아 있다.

아내와는 결국 이혼했으며, 딸에게도 사랑스럽게 대해주지 못해 죄책감이 가득하다.

그는 랩을 하고 있는 지금도 행복하다거나 친구가 생겼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음악은 내게 치료제가 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음악과 신경기능 연구소’의 콘세타 토마이노 이사는 PTSD 환자들이 전쟁중 겪었던 폭력으로 인한 상처에 대처하는 데 랩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마이노 이사는 “정신적 외상을 입은 환자들은 음악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다”며 “가장 나쁜 것은 그것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던슨은 참전용사들이 PTSD에 맞서는 데 자신의 음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자신 역시 PTSD를 극복하기 위해 여전히 발버둥치고 있지만 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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