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재야의 투사’ 수치, 정치력 시험대에 서다

‘24년 재야의 투사’ 수치, 정치력 시험대에 서다

입력 2012-04-03 00:00
수정 2012-04-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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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압승… NLD 최소 43석

의회로 가는 재야의 투사가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66)가 1일(현지시간)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며 원내 진출을 눈앞에 뒀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지 24년 만의 일이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당선을 확정 지은 그지만 당장 눈앞에 난제가 가득 쌓여 있다. 제한된 의석을 가진 야당 민족민주동맹(NLD)을 이끌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갈 수치의 앞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NLD는 2일 당의 비공식 집계를 토대로 “1일 보선에서 (NLD 후보가 출마한) 44석 중 최소 43석을 차지했으며 하나 남은 북부 샨 주의 개표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군부 거점인 행정수도 네이피도의 4개 선거구에서도 NLD 후보들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 관영 TV도 “잠정 개표 결과 양곤의 카우무 지역구에 출마한 수치를 비롯해 NLD가 최소 40곳에서 이겼다.”고 보도했다.

수치는 이날 양곤의 NLD 당사 앞에서 가진 자축 연설에서 “우리는 이번 승리가 새 시대의 시작이길 희망한다.”면서 “선거에 참여한 모든 당이 우리와 협력해 진짜 민주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선거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표현하면서도 “다른 당과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슬프게 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수치를 만났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투표에 참가한 (미얀마)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수치가 의회 진출에 성공하자 미얀마 전역의 지지자들은 크게 들떴다. 50년간의 군부 독재와 서방의 경제제재 탓에 막혔던 숨통을 ‘철녀’가 경제 현대화 등을 통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미얀마는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이 444달러(약 50만원·2009년 기준)에 불과한 최빈국이다. 특히 수치의 지역구인 카우무는 초가집에 사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며 디젤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끌어 쓰고 땅을 파 물을 긷는 대표적 저소득 지역이다. 농부인 새에 세인 마인트(47)는 “일자리를 달라고 수치 여사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일각에서는 수치가 국민적 염원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의 투쟁을 주로 했던 원외에서는 ‘강철 의지’로 민심을 사로잡았지만 정부의 파트너로 국무를 다룰 행정적 노하우는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게다가 NLD가 보선에서 압승한다 해도 전체 의석의 80%가량은 여전히 집권당 몫이다. 야당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수치가 정부와 협력해 경제 회생을 이끌기 위해서는 서방이 취해 온 대(對)미얀마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앞서 유럽연합(EU) 측은 선거가 별 탈 없이 진행된다면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의 미얀마 제재법을 주도한 조 크롤리 미 연방 하원의원은 “(미얀마에) 여전히 수많은 정치범이 남아 있고 군부의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다.

만약 수치의 NLD가 원내에서 원만한 교섭력을 발휘, 난제를 해결한다면 자력으로 정권 창출도 기대할 만하다. 다음 총선은 3년 뒤인 2015년 실시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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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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