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미얀마 보선 압승… 민주화의 봄 시작됐다

수치, 미얀마 보선 압승… 민주화의 봄 시작됐다

입력 2012-04-02 00:00
수정 2012-04-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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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D “수치, 득표율 82%” 44곳 후보 모두 당선 유력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6)여사가 출마한 역사적 보궐선거가 1일 45개 선거구에서 유권자 60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은 개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잠정 집계 결과 수치 여사가 82%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며 승리를 주장했다. 또 후보를 낸 44곳 모두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압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민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된 이번 선거는 15년간의 가택연금과 투옥 등으로 손발이 묶인 채 재야에서 활동해 온 수치 여사의 첫 제도권 정계 진출 여부 등 민주화 개혁의 시험대로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NLD측은 선거구 전역의 자원봉사자와 당원들로부터 개표 진행 상황을 전화로 통보받아 잠정 득표율을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는 당초 48개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를 할 계획이었으나 소수민족 반군이 활약하는 북부 카친주의 선거구 3곳은 치안을 이유로 연기했다. 옛 수도 양곤의 빈민 지역인 카우무에 출마한 수치 여사는 전날 이곳에 와서 밤을 보낸 뒤 아침 일찍 투표소에 들러 시설을 둘러보고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양곤으로 돌아갔다. 잠정 개표 결과가 나오자 양곤의 NLD 본부 앞에 모여있던 1000여명의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며 춤을 추는 등 환호했다.

수치 여사에게 이번 선거는 양날의 칼이다. 재야 활동가의 한계를 벗어나 공식 경로를 통해 조국의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현실적으로 NLD가 압승하더라도 집권당이 전체 664석 중 76.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또한 선거 참여로 인해 그녀가 맞서 싸우던 미얀마 정부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범 석방과 야당 합법화, 언론 자유 보장 등의 민주화 조치를 잇따라 취해 온 미얀마 민간 정부는 수치 여사의 의회 입성이 미얀마에 대한 서방국들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미얀마 전문가인 마웅 자르니 런던정경대 방문 연구원은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수치 여사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정부는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 정상화의 길을 걷기 위해 수치 여사가 필요한 전략적 공생관계”라고 분석했다.

미얀마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주장하며 이례적으로 서방국가의 참관인들이 선거 진행 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야당 후보자들에 대한 미행과 협박, 유령 유권자들의 등장 등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의 향방에 따라 정국 불안의 여지는 남아 있다. 니얀 윈 NLD 대변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방국 등 외부 참관인들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수린 피추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사무총장은 이날 보궐선거가 심각한 문제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호주, 유럽연합(EU)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되면 미얀마에 대한 제재 해제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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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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