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는 메르켈 장난감?”

“사르코지는 메르켈 장난감?”

입력 2012-03-30 00:00
수정 2012-03-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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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프랑스, 정치 풍자의 계절

프랑스 유명 코미디언 니콜라 캉트루가 지난 1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목소리를 흉내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내 귀여운 장난감”이라고 속삭였을 때 사르코지 대통령은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사르코지 대통령뿐 아니다. 프랑스 국민 200여만명이 유럽1 라디오로 방송됐던 이 풍자 코미디를 듣고 폭소를 금치 못했다.

다음달 22일 1차 투표, 5월 6일 2차 투표 일정의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프랑스에 정치 코미디가 만발하다.

영국이나 미국 정치 풍자 프로보다 훨씬 신랄한 프랑스 정치 코미디의 전통은 300여년전 군주시대, 프랑스 혁명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소르본 대학의 정치, 언론 전공 교수인 파트릭 에베노는 “프랑스인들은 정치에 열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고, 이는 오랜 전통”이라며 18세기 군주는 관심과 화제의 중심이었던 만큼 이로 인한 부작용을 풀어주는 웃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은 유달리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는 투표율에서 드러나는데 2007년 대선 투표율은 85%에 이르렀다.

미국의 2008년 대선 투표율이 57.5%, 독일의 2009년 선거 투표율이 70.8%, 영국의 2010년 총선 투표율이 65%였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 풍자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매우 높다. 수십개에 이르는 TV와 라디오 정치관련 프로그램, 트위트, 블로그, 인터넷 영상 등은 수백만명의 시청자나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올해 1월19일 방송된 한 정치 프로는 프랑스 인구의 25.5%에 해당되는 1천660만명이 6개의 채널을 통해 사르코지 대통령을 지켜봤다.

물론 트위트 사용자들이나 추종자들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아직 많지 않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팔로워가 14만명, 유력한 야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팔로워는 21만명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1천350만명에 비하면 훨씬 적다.

그러나 유력지 르몽드의 정치부 기자 아르노 러파르망티에의 블로그 방문자는 1천만명이 넘는다.

과거의 정치 풍자극들은 기뇰이라고 하는 인형들이 많이 등장했다.

요즘은 정치인들의 발언, 목소리, 영상 등을 직접 편집해 만들기 때문에 풍자극이 실제 현실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나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앞뒤 잘린 말이나 특이한 행동거지는 풍자극에 풍부한 먹이감이 되고 있다.

19세기에 하루에 100만부가 팔렸던 신문 ‘르 프티 주르날’의 명칭을 딴 TV프로 ‘르 프티 주르날’은 매일 200여만명이 시청한다.

정치인들이 마이크가 꺼졌을 것이라고 믿고 떠드는 대화를 통해 정계의 이면을 보여주는 ‘카날플러스’ 채널의 이 프로그램을 무시하려면 정치인은 정치 생명을 거는 배짱을 가져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전통의 정치시사 프로인 ‘레 기뇰 더 랭포’는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자들의 대통령’, 올랑드 사회당 후보에 대해서는 ‘플랑비’ 이미지를 적극 파고들고 있다.

푸딩 제품명인 플랑비는 올랑드 후보의 온화하고 밋밋한 이미지로 인해 붙여진 별명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정치 게임에는 완벽한 미소가 필요하다”며 “정치인들이 조롱당하지 않는다면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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