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시인’ 패네타

‘펜타곤 시인’ 패네타

입력 2012-02-25 00:00
수정 2012-02-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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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패네타식 말말말

“국방예산 삭감은 제 발등에 총을 쏘는 격이죠?”(의원)

“머리에 총을 쏘는 격입니다.”(장관)

“그런 화법을 구사하니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겁니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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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있었던 린지 그러햄(공화) 의원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의 문답이다. 의원이 장관의 화법을 칭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로 국방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국방부(펜타곤)의 수장 패네타가 투박한 직책인 국방장관답지 않게 현란한 은유와 수사(레토릭)로 삭감폭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패네타가 종말론적인 표현을 불사하는 등 펜타곤 쇠퇴기의 시인(詩人) 역할을 자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단조로운 화법으로 일관했던 전임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와 대조적이라고도 지적했다.

패네타가 예산 삭감에 빗대 많이 쓰는 말은 “고기 써는 도끼”라는 표현이다.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 그는 이 표현을 6차례 넘게 썼다. “바보 같은 도끼”라거나 “눈 먼 도끼”라는 식으로 다양한 형용사가 앞에 붙는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레스토랑 주인 아들이었던 패네타가 어릴 적 주방에서 일을 도운 경험에서 그런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면서 “패네타 장관은 고기 써는 도끼를 언제 사용하면 되고, 언제 사용하면 안 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예산이 지나치게 삭감되면 “총알 없는 군대가 될 것”이라는 표현도 패네타식 레토릭이다.

장관한테 영향을 받았는지 부하들도 덩달아 ‘문학적 재능’을 뽐내고 있다. 합참 부의장 제임스 위너필드는 “예산 삭감은 기본적으로 쇠톱을 예산에 가져가서 예산의 재(災)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라는 난해한 말을 내뱉어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브렛 램버트 국방부 부차관보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를 패러디, “예산삭감은 회계학적 거세”라고 했다. 반면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듀크대 영문학 석사 출신답지 않게 좀처럼 레토릭을 구사하지 않는다. 그는 예산 삭감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해 수용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했다.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는 미국의 국방예산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펜타곤이 지나치게 엄살을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예산 비서관을 지낸 고든 애덤스는 “과장법은 정치적으로는 유용할지 몰라도 상황을 정확히 측량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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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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