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진핑, 4박5일 방미 마무리…복합적 평가

中시진핑, 4박5일 방미 마무리…복합적 평가

입력 2012-02-19 00:00
수정 2012-02-1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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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지도자 이미지 구축‥’G2 파트너십’ 중요성 과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방문을 끝으로 4박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일랜드로 향했다.

오는 10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시 부주석을 위해 미국은 사실상 국가정상급에 준하는 대접을 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선구자적 안목으로 개혁ㆍ개방을 시작한지 한세대 만에 미국과 함께 ‘G2(주요2개국)’ 반열에 오른 중국의 힘을 오롯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로스앤젤레스 항구를 찾은 시 부주석에게 비아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LA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품의 60% 가량이 중국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세계 최강 미국에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게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미래권력’인 시 부주석을 향해 경제ㆍ무역 문제는 물론 인권과 외교안보적 현안을 놓고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엄연히 중국과 국가이익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이는 곧 향후 국제질서에서 ‘G2의 신경전’이 본격화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시 부주석의 미국 방문은 복합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은 역사적 맥락에서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의 만남이나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덩샤오핑(鄧小平)의 회담과 같은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G2’로 통하는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세계의 ‘2013체제’를 이끌자는 ‘서약’을 하는 장면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찾은 시진핑 부주석이 NBA농구를 관람하는 장면도 덩샤오핑이 중국의 권력을 잡은 직후인 1979년 미국을 방문해 텍사스의 로데오 경기를 방문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 27년전 허베이성 정딩(正定)현에서 당 서기로 일할 당시 처음 방문했던 아이오와주를 다시 찾아 마을 주민들과 추억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시진핑은 ‘친근한 정치인’의 이미지도 과시했다.

여전히 중국 국가주석으로 후진타오(胡錦濤)가 존재하고 있지만 미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침없는 행보를 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의 권력위상이 확고함을 보여준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오히려 10년전 차기 지도자로 미국을 방문했던 후진타오가 시종 절제된 행보를 한 것과 비교되고 있다.

시 부주석도 “나의 미국 방문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자평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7일 “그가 미국 국민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면서 “방문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교류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무역불균형이나 인권 등 매우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미국 측의 예봉을 피해가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자”(逢山開路 遇水搭橋)거나 “길이 어디에 있느냐고 감히 묻는다면, 길은 발아래에 있네”(敢問路在何方,路在脚下)는 등 은유적 표현 속에 미국에 휘둘리지 않는 중국의 지도자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줬다.

중국은 시진핑의 방미에 맞춰 미국 아이오와에서 43억달러 규모의 콩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억3천만달러 규모의 상하이 ‘오리엔탈 드림웍스’ 건립 계획을 발표해 ‘중국의 힘’을 새삼 확인시켰다.

미국도 시진핑의 방미를 적극 활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시진핑을 앞에 두고 “모든 나라가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동일한 규칙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하며, 중국과도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중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중국 위안화 가치 문제나 양국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시진핑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바이든 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미중 관계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장애물’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일부에서는 향후 중국의 10년을 책임질 시진핑과의 만남을 부각시킨 ‘오바마의 계산’을 거론한다. 다시말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할 경우 중국의 시진핑과 함께 국제질서를 주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심어줬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다. 시진핑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과정에서 “양국은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어느덧 국제질서는 미중 양국이 어떤 ‘파트너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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