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 TV진행자에 히잡 착용 요구

아프간, 여성 TV진행자에 히잡 착용 요구

입력 2012-02-15 00:00
수정 2012-02-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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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회귀·여성 권리 퇴보 우려 목소리

아프간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여성 TV 진행자들에게 이슬람 전통 머리 수건인 히잡을 착용하고 짙은 화장을 피할 것을 요구해 언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같은 요구를 언론 매체들에 배포한 아프간 문화정보부는 여성 TV 진행자의 모습이 이슬람 율법과 문화적 윤리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항의가 의회와 여러 가문들로부터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예드 마크둠 라힌 문화정보부 장관은 “모든 여성 TV 진행자는 짙은 메이크업을 피하고 히잡을 써야 한다”면서 이 방침이 국영 매체는 물론 민간 방송사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현지에서는 모든 앵커우먼이 히잡으로 머리를 감싼채 등장하라는 이 요구가 극단적 보수 성향의 탈레반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프간의 한 라디오 진행자는 “탈레반과 평화협상이 시작된 이후 아프간 정부는 그들이 탈레반처럼 되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프간 내 여성 TV 진행자가 모두 12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언론지원단체 ‘나이(Nai)’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아프간 정부가 방송 콘텐츠를 제한하고 대중성을 유지하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압력이 본격적인 언론 통제의 시작이 될까 몹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프간 정부가 지난해부터 터키 연속극의 방영을 금지하고 유명 언론인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등 언론을 압박하는 다수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뒤 교육, 선거, 근로 분야에서 기본권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또 미국·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아프간에는 탈레반이 이끄는 반군에 맞서 13만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다국적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다.

일부 인권단체는 아프간에서 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국내 안정과 평화 보장을 위해 정부가 극단적 보수 성향의 탈레반과 타협해 여성 인권이 급격히 퇴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관리들은 10년 간의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의 결과를 오는 5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도록 협상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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