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캘리포니아주가 제정한 동성 결혼 금지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미국 제9항소법원은 동성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주 법률은 동성애자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며 미국 연방 헌법에 저촉된다고 7일 (현지시간) 판결했다.

재판부는 어떤 행위를 법규로 금지하려면 행위자의 행위가 다른 구성원들에게 실제적인 위협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동성 결혼 금지법은 입법의 목적과 효력에서 평등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4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판결이 동성 결혼이 기본적인 권리인지 여부를 판단한 게 아니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판결의 효력은 다른 주에는 미치지 않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동성 결혼 금지에 찬성하는 주민이나 단체가 항소할 여유를 주기 위해 효력이 당장 정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 동성결혼 금지법은 지난 2008년 주민 발의에 따라 주민 투표에 부쳐져 52%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주민 투표 때부터 엄청난 논란이 됐던 캘리포니아주 동성 결혼 금지법은 지난 2010년 연방 법원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본 워커 판사가 동성 결혼 금지법을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달아올랐다.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워커 판사가 동성 파트너와 오랜 관계를 지속한 동성애자라서 그런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이날 또 한번 패소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라 동성 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 전국적인 이슈로 비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동성결혼 반대론자들은 제9 항소법원에 3인 재판부가 아닌 11인 전원 재판부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하거나 연방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즉각 반발했다.

이번 판결에 참여한 제9 항소법원 재판부에서도 민주당 몫 판사 2명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공화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된 판사는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법관 구성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 금지법을 다룰 경우 동성애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자주 내렸지만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유보적으로 알려진 공화당 몫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판단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편 뉴욕,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아이오와 등 6개주와 워싱턴 DC만 동성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