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자유투표… 이집트 민주주의 첫발

30년만에 자유투표… 이집트 민주주의 첫발

입력 2011-11-29 00:00
수정 2011-11-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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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퇴진 9개월만에 총선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를 가늠할 이집트의 첫 자유 총선이 28일(현지시간) 초미의 관심 속에 예정대로 진행됐다. 지난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 이후 9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이집트 민주주의 실험의 첫 이정표로, 10일째로 접어든 군부 퇴진 시위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러졌다.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의 투표소 앞에는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십~수백명이 장사진을 이뤄 첫 자유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카이로 도심 슈브라 지역의 오마르 마크램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남녀가 각각 따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부유층 주거지역에 있는 한 투표소에는 오전 한때 5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1시간 이상씩 기다렸다가 투표를 하기도 했다.

이집트 유권자들은 그동안 공정한 선거를 치른 경험이 거의 없다. 무바라크 정권 시절에는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집권당이 전 의석을 싹쓸이했다.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이번 총선을 수십년간 독재 이후 민주주의 시대를 맞는 이정표로 여기고 있다.

카이로 교외의 한 투표소에서 난생 처음 한표를 행사한 이드 아이리스 나와르(여·50)는 “자유를 위해 투표하러 나왔다. 이제는 공정한 자유를 원한다.”면서 “무슬림형제단이 두렵기는 하지만 30년 동안 무바라크 치하에서도 살았는데,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남편·딸과 함께 처음 투표를 하러 나왔다는 샤히라 아메드(45)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롭고 문명화된 국가를 만드는 것인데, 솔직히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득세를 우려했다.

외신들은 카이로 등의 투표소 앞에 수백명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무라바크의 30년 장기 집권 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집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군경은 투표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는 일부 시위대와의 충돌에 대비, 투표소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다.

이집트 내 27개주에서 실시되는 이번 총선은 28~29일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12월 14일, 내년 1월 3일 등 지역별로 3차례에 걸쳐 하원 508석(선출직 498석)을 뽑게 된다. 각각 1주일 뒤 결선투표를 치르는 형식이다. 뒤이어 내년 1월 29일부터는 270석(선출직 180석)을 선출하는 상원 선거가 시작돼 3월에 마무리된다.

이렇게 구성된 의회는 지난주 최고군위원회가 제시한 향후 정국 스케줄에 따라 내년 6월 말 이전 대선을 치르기 앞서 헌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5월 자유정의당을 창당한 무슬림형제단이 최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점령한 수천명의 시위대는 투표 보이콧, 군부 퇴진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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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11-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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