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조롱 ‘꼼수 총리’ 시장의 비수 맞다

국제조롱 ‘꼼수 총리’ 시장의 비수 맞다

입력 2011-11-10 00:00
수정 2011-11-1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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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베를루스코니 사의 표명

‘사고뭉치’, ‘스캔들 제왕’으로 불리면서도 특유의 생존술로 세 차례에 걸쳐 11년간 집권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이탈리아 총리가 결국 물러난다. 2008년 이후 53번의 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맷집 좋은 노()정객도 국제 금융시장이 날린 핵펀치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베를루스코니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신임 총재가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 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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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현지시간)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가진 면담에서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 조치가 다음 주 의회를 통과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탈리아 하원에서는 이날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이 가결됐으나 찬성표가 의석 과반(316표)에 미치지 못했다. 표결은 야당 의원 321명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308명만 찬성했다.

건설·언론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중도 우파정당인 ‘포르자 이탈리아’를 창당, 바람몰이를 하며 처음 총리에 오른 뒤 숱한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10대와의 성추문과 마피아 연루설, 부패 혐의 등으로 법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나 미디어를 장악했고 강력한 정치적 대항마가 없었던 덕에 매번 살아남았다. 특유의 쇼맨십도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나랏빚이 불어나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그의 ‘꼼수’는 더 이상 국제사회와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숱한 스캔들로 인한 파장이야 어떻게든 막았다 치더라도 재정위기로 인한 충격에 물리적 국경은 무용지물이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지난 9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하며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리더십을 비판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지도자들은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갔다. 더욱이 믿었던 신임 드라기 ECB 총재가 이탈리아 등을 겨냥해 “국채 매입은 금융통화정책이 잘 통하게 하려는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ECB가 자국 국채를 매입해 주기를 원했던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바람이 무참히 깨졌다. 이후 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촉발할 수 있는 7%를 향해 치솟았다. 결국 연정 파트너인 움베르토 보시 북부연맹 당수마저 등을 돌렸다. 아무리 ‘불사조’라지만 사방에서 조여 오는 사임 요구에 베를루스코니도 끝내 ‘백기’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퇴 표명이 일단은 유로존 사태 해결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차기 정부 구성 과정에서 혼란이 재연되면 위기가 다시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를 바라보는 시장의 복잡한 심리를 반영하듯 코스피 지수는 9일 전날보다 0.23% 오른 1907.53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유럽 주요 증시는 오름세로 출발했다가 급락세로 반전했다. 미국 뉴욕증시도 9일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35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49.37포인트(2.05%) 떨어진 1만 1920.81에 거래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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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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