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나치는 고도로 조직화한 강도단”

교황 “나치는 고도로 조직화한 강도단”

입력 2011-09-23 00:00
수정 2011-09-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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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성추문 관련, “반감 이해한다”

모국인 독일을 국빈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84)가 22일(현지시간) 히틀러 시대 나치의 사례를 들어 독일 정치인들에게 권력의 남용을 경고하는 한편 환경 운동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또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문으로 인해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독일 연방 하원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권력이 부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치와 관련, “전 세계를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협박하는 능력을 갖췄다”며 ‘고도로 조직화된 강도단’에 비유했다.

그는 그러나 “나치 독재 시대에도 신념을 갖고 위험을 무릅쓴 저항 운동이 있었고, 이 덕분에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졌다”고 말했다.

교황은 “심지어 오늘날에도 우리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말고는 궁극적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선과 악을 구분함으로써 참된 법을 세우고 정의와 평화에 봉사하는 것은 양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환경 운동에 대해서 ‘신선한 공기에 대한 외침’이라며 “결코 무시되거나 치부해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 정당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녹색당에 대한 치하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서 “젊은이들은 자연과의 관계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구는 그 자체로 존엄성을 갖고 있고 우리는 그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20분간의 의회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교황 방문을 반대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이는 콘돔 사용, 동성애, 이혼ㆍ재혼 등에 교황청의 교조적인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애초 예고했던 2만명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2천500명가량이 모였다.

교황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가톨릭 성추문과 관련된) 이런 보도들을 접하고 (성추문) 희생자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은 더 이상 내 교회가 아니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일부 가톨릭 사제들이 과거 수십 년 동안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추문이 불거진 이후 18만1천명 이상이 교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그러나 교회가 성추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신자들의 인내를 당부했다.

그는 그러나 동성연애 등 다른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재정 위기 등 현실 문제에도 거리를 뒀다.

교황은 앞서 오전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독일에 도착했고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우리 사회가 종교에 점점 더 무관심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저녁 올림픽 경기장에서 6만명 가량이 참석하는 미사를 집전하고 25일까지 방문 기간에 유대교, 이슬람교 지도자, 재야인사 등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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