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폴리는 혼란 속으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벼랑 끝 위기에 몰리며 수도 트리폴리가 혼란 속으로 빠르게 빠져들면서 카다피의 셋째아들 집도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23일 리비아 반군이 카다피의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에서 3마일(약 4.8㎞) 떨어진 지점에서 최후 결전을 준비하는 상황인 트리폴리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트리폴리 시내를 달리는 픽업트럭에 올라선 반군 전사 나시르 타흐라르(16)는 나이키 농구 모자 위에 장군 모자를 쓰고 어깨에는 별이 달린 견장을 달았다.
타흐라르의 이 우스꽝스런 차림으로 볼 때 카다피의 3남 사디 카다피의 집에서 약탈한 물건으로 치장했다는 짐작을 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그는 “우리에 상관 마라. 아주 지쳤지만 행복하다. 사디 카다피의 집에는 좋은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픽업트럭에는 다비도프 코냑과 아르마니 화장품들이 가득했고, 디자이너 상표가 붙은 고급 옷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한 반군 전사는 은도금한 리볼버 권총을 들어 공포를 쏴 보였다.
해변 별장으로 쓰이던 사디 카다피의 주택은 지난 21일 반군에 약탈당했고 그는 22일 반군에 체포됐다.
신문에 따르면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가 삽시간에 무너진 트리폴리에는 어떤 지역이 해방된 곳인지 불분명하고, 어디에서는 저격수가 불쑥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에는 반군의 포격으로 연기가 계속 피어올랐고, 반군들이 차드 출신으로 알려진 흑인 용병 2명을 억류한 모습도 목격됐다.
타흐라르는 “그들은 차드에서 왔다”면서 “처음에는 공원 관리인들이라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용병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트리폴리 시민들은 앞다퉈 카다피를 비난했다. 녹색광장에서 만난 전직 은행원 압둘라 모하마드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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