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타블로이드 일요신문인 뉴스오브더월드가 휴대전화 해킹 파문으로 전격 폐간하기로 한 가운데 해킹 당시 취재의 책임을 지고 있던 편집 책임자는 건재해 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2002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소녀 밀리 다울러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일(현지시각) 폐간하기로 했지만, 당시 편집 책임자였던 레베카 브룩스(43)는 뉴스오브더월드의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이 뉴스오브더월드의 폐간 계획을 밝힌 배경에 대해 영국 언론에서는 머독이 전 편집 책임자였던 브룩스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뉴스오브더월드 보도국의 한 기자를 인용해 “머독이 한 여성(브룩스)을 구하려고 신문을 희생시켰다”고 전했다.
브룩스는 머독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머독도 지난 6일 휴대전화 해킹 사건과 관련해 견해를 밝히면서 브룩스를 사퇴시킬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이런 브룩스를 잔인한 남자들의 타이블로이드 업계에서 집요하게 정상에 오른 인물로 소개했다.
브룩스는 머독의 미디어그룹에서 뉴스오브더월드의 비서로 출발해 11년 뒤 편집 책임자가 됐고 2003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타블로이드 선(Sun)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년 전 지금의 자리로 승진했다.
이런 승승장구의 배경에는 집요함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취재 방식이 있었다.
브룩스의 전 동료이자 지금은 CNN의 토크쇼 진행자로 일하는 피어스 모건의 회고록 ‘더 인사이더(The Insider)’에 따르면 브룩스는 1994년 당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애인이었던 제임스 휴위트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호텔 객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할 팀을 고용했다.
또 선데이타임스가 찰스 왕세자의 전기를 연재하려 하자 청소원으로 위장해 2시간 동안 이 회사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원고를 훔치고 나서 다음 날 자신의 신문에 게재하기도 했다.
권력자와 친해지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었고 정치적 변신에 능했다고 NYT는 전했다.
브룩스는 머독이 노동당을 지지할 때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부인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임신 소식을 특종 보도했지만, 머독이 보수당을 지지하자 친구들을 바꿨다.
NYT는 브룩스의 건재 배경에 대해 머독과의 절친한 관계가 그를 지켜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 분석가 클래어 엔더스는 브룩스가 머독의 방화벽(firewall) 역할을 하고 있다며 브룩스의 사퇴는 잘못을 인정하는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하게 말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브룩스를 버리는 것이지만 머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